유류품 2280점 수거해 유족 품에… “실종자 찾는데 큰 도움 안돼 죄송”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어민 조광원 씨(60)는 지금도 배 안에 있는 대형 망치만 보면 손발이 부르르 떨린다. 그는 4월 16일 “병풍도 근방에서 여객선이 침몰 중이니 어선을 끌고 가 구조해 주세요!”라는 마을 방송을 듣고 부리나케 바다로 달려 나갔다. 바다에 떠 있던 두 명을 건져 올리고 보니 하늘에는 헬기가, 바다엔 해경이 몰려와 있어 구조가 끝난 줄 알았다. 울분이 섞인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 안에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내가 죽더라도 배에 올라가서 이 망치로 유리창을 깨고 말았지, 그냥 왔겠나….”
그날 이후 평생 입에 대지 않았던 술이 없으면 잠들지 못한다고 한다. 조 씨는 다른 진도 어민들과 매일 바다로 나가 수색작업에 참여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바다를 헤매고 다녔다. 그는 흔들리는 어선에서 점심 끼니를 때우고 거친 파도와 바람이 불 때도 수색했다. 8월까지는 세월호 유류물을 수거했다. 9월부터 유류물이 거의 발견되지 않아 마음이 무거웠지만 수색을 중단할 수도 없었다.
서거차도 어촌계장 이진석 씨(53)도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직후부터 구조와 수색에 참여했다. 이 씨는 “실종자들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서거차도 이장 허학무 씨(62)도 세월호 생존 승객 90명이 복지회관, 가정집에 머물게 돕고 수색에 동참했다.
진도 어민이 주축이 된 211일간의 해상 수색에는 어선 1만5059척(3만3504명)이 투입됐다. 해상 수색으로 유류품 175종 2280여 점을 수거해 일부는 유가족에게 돌려줬다.
진도 어민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수산물 판매 감소, 여객선 운행 축소, 관광객 감소 등으로 생계에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1t 안팎의 조도 어선 100여 척은 구조 수색작업에 나선 해경 대형 경비정이 일으킨 파도에 파손되거나 전복, 침몰되는 피해까지 입었다. 7일 밤에도 경비정이 일으킨 파도에 어선 2척이 전복됐다. 조도의 한 어민은 “생계수단인 어선까지 파손되는 피해가 속출해 해경을 상대로 민형사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