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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억년전에 태어난 ‘우주의 러버덕’… 생명 기원 품고 총알 15배속도 돌진

입력 | 2014-11-13 03:00:00

오리 닮은 혜성 ‘추리’, 로제타호 탐사로봇과 첫 만남




러버덕은 한 달간의 전시를 마치고 14일 한국에서 모습을 감추지만 아쉬워하지 마시라. 우주에선 더 큰 ‘오리 쇼’가 펼쳐지고 있으니까.

이 대형 오리 쇼의 주인공은 ‘추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이다. 12일 유럽우주기구(ESA) 혜성탐사선 로제타호에서 발진한 착륙로봇 필래의 착륙 과정 전체가 생중계된 바로 그 혜성이다.

필래는 한국 시간으로 12일 오후 5시 35분 로제타호에서 분리됐다. 하지만 사전 점검과정에서 하강제어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결함이 발견됐다. ESA 측은 “우리에게 운이 필요하다”고 기원했다.

추리는 원래 타원형으로 알려졌으나 3년간의 겨울잠을 마치고 깨어난 로제타호의 눈에 비친 모습은 놀랍게도 오리에 가까웠다. 마치 두 개의 혜성이 붙어서 만들어진 것처럼 생긴 게 러버덕을 닮았다. 그래서 ‘오리혜성’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 오리혜성은 몸통 부분 최대 지름이 4.1km로 몽블랑 산 정도의 크기다. 가로 16.5m, 세로 19.2m, 높이 16.5m 크기의 러버덕에 비할 수 없이 크지만 태양계 규모에선 아주 작은 천체다. 뱅글뱅글 돌면서 시속 5만5000km로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M16 소총의 탄환 속도(시속 3500km)보다 15배 넘게 빠른 속도다.

게다가 온갖 먼지와 가스를 내뿜고 분화구와 암석, 갈라진 틈 투성이다. 중력도 거의 없어 러버덕 무게(1000kg)의 10분의 1에 불과한 필래는 종잇장처럼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지구에서 원격조종으로 필래를 무사히 착륙시키는 데는 엄청나게 정밀한 수학계산과 공학기술이 필요하다.

추리는 1969년 처음 발견됐다. 옛 소련의 천문학자 스베틀라나 게라시멘코가 찍은 다른 혜성 사진을 보고 클림 추류모프가 발견해 두 사람 이름이 함께 들어가 있다. 목성과 지구 사이를 도는 추리는 공전 주기가 6.45년인 짧은 주기 혜성이다. 짧은 주기 혜성은 공전 주기 200년 이하인 혜성을 말한다.

혜성은 공전주기 200년을 기점으로 그 이하인 짧은 주기 혜성과 그를 넘어서는 긴 주기 혜성 둘로 나뉜다. 짧은 주기 혜성은 해왕성 궤도 밖에 물과 얼음으로 이뤄진 ‘카이퍼 벨트’라는 도넛형태 천체에서 기원하고 긴 주기 혜혜성은 그보다 더 먼 ‘오르트 구름’이란 가상의 천체에서 기원했다고 추정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혜성의 요람’이 태양계가 형성된 46억 년 전에 함께 조성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를 토대로 혜성이 지구 생명의 기원이 된 물과 L형 아미노산의 공급자라는 가설을 세웠다. 오리혜성 추리에서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발견된다면 생명 탄생의 신비가 함께 풀릴 수 있다.

추리는 2009년까지 모두 일곱 차례 지구에서 관측됐다. 공전 주기에 따라 내년 8월이면 다시 지구에 근접할 예정이다. 로제타호는 이때까지 계속 추리의 궤도를 돌면서 혜성 꼬리의 비밀까지 풀어낸 뒤 지구 궤도로 재진입해 11년 5개월여 여정의 마침표를 찍게 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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