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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의 자유, 허용돼야 하지만 제한도 받아야 하는 이유

입력 | 2014-11-13 03:00:00

[헌법재판소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 헌법 이야기]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2011년 8월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병역법 조항에 대한 위헌제청 선고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동아일보DB

허완중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A 씨는 지방병무청장의 현역입영 통지를 받고도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였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는 현역입영 통지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A 씨는 기소되어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았다.

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위 병역법 조항이 A 씨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의 의심이 있다고 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우리가 이 대목에서 생각할 것은 바로 ‘양심’의 의미이다.

양심은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윤리적 결정을 말한다. 옳고 그름에 관한 내면의 확신이라는 점에서 종교나 일반적 신조와는 구별된다. 양심은 우리 사회 다수를 형성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가치관과 언제나 일치하지 않는다. 개인의 고유한 것으로서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래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듯이 양심상 결정도 제각기 다를 수 있다.

미성년 자녀가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수혈을 거부해 자녀를 사망에 이르게 한 부모의 사례를 보자. 친권자인 부모는 미성년 자녀를 보호할 법적 의무가 있다. 따라서 수혈만이 자녀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긴급한 상황에서 수혈을 거부한 행위는 형법상 살인죄나 과실치사죄에 해당될 수 있다. 그러나 부모의 수혈 거부 결정이 종교적 교리에 기초한 옳고 그름에 대한 진지한 내면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은 양심의 자유가 보호하는 양심에 해당한다. 재판 과정에서도 그 헌법적 의미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양심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다. 즉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상황에 즈음해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관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확신이다. 그 결정이 어떤 동기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기독교나 불교처럼 종교를 근거로 양심이 형성될 수도 있고, 자유주의나 공동체주의와 같이 사상이나 철학을 근거로 양심이 형성될 수도 있다. 어떤 종교관, 세계관이나 가치세계에 기초하는지와 상관없이 양심에 따른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국가는 양심이 만들어진 동기나 원인에 따라 보호의 여부나 정도를 달리할 수 없다.

양심의 자유는 먼저 어떠한 외부 간섭이나 압력, 강제 없이 스스로 양심을 형성하는 것을 보호한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가 특정 사상이나 세계관만을 집중적으로 선전하거나 그에 관한 부정적 비판을 반복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취지에 어긋난다.

하지만 헌법이 이렇게 양심의 자유를 보호한다고 해서 표현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언제나 양심의 자유로 보호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서 음주 측정을 요구받은 상황에서 측정에 응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하는 고민이 선과 악에 관한 진지한 윤리적 판단을 위한 고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음주 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하는 법에 따라 측정에 응했다고 해서 내면적으로 만들어진 양심상 결정이 왜곡·굴절되었다고도 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내면의 결정을 표현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양심의 자유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도덕적으로 옳다고 생각만 하고,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양심은 다른 사람의 권리나 공익과 충돌하지 않기 때문에 제한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을 표현할 때 다른 사람의 권리나 공익과 충돌할 수 있다면 국회는 법률로써 양심의 표현이나 실현을 필요한 범위에서 제한할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행위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바로 그렇다. 전쟁을 위한 목적의 군사훈련을 반대하는 진지한 양심에서 비롯돼 병역을 거부했다면, 양심의 자유가 보장하는 ‘진지한 내면의 결정’으로서의 양심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행위도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헌법적 법익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개인의 양심도 국가의 존립에 우선하여 무제한으로 보호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행위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한 까닭이다.

허완중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