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과메기. 겨울철에 청어나 꽁치를 해풍이 부는 덕장에서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하며 만들어내는 별미다. 생미역이나 다시마를 곁들여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 때의 그 맛이란…. 문인수 시인은 과메기를 ‘저 해와 달의 요리’라며 ‘고단백의 찰진 맛에 먼 봄의 비린내가 살짝 풍긴다’고 예찬했다.
과메기라는 명칭은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관목(貫目)에서 나왔다. ‘관목이’로 부르다가 ‘관메기’로 변하고 ㄴ이 탈락하면서 과메기로 굳어졌다. 건청어(乾靑魚)라고도 한다. 과메기는 지방 특산물이 전국상품이 된 사례 중 하나다. 그런데 이상하다. 사람들은 왜 지난해까지 즐겼던 꽁치 과메기 대신 청어 과메기를 원조라며 반길까.
또 하나. 과메기를 경북지역 사투리로 묶어 두고 있다는 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이 1999년 모든 국어사전이 강원도 등지의 사투리로 규정한 ‘골뱅이’를 표준어로 삼은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현대 서울말’이 아니라는 이유로 많은 방언들을 표준어와 차별해온 것은 우리 언어 정책의 실책 중 하나다. 삶의 향기가 배어 있는 방언에 오늘의 숨결을 불어넣을 방법을 고민할 때다.
과메기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더 각광을 받았다. 그가 포항 출신이어서다. 김영삼 대통령은 거제도 멸치를 선물로 많이 사용했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엔 국회에서 흑산도 홍어 파티가 벌어지기도 했다. 올 포항구룡포과메기축제가 15, 16일 구룡포과메기 문화거리에서 열린다. 가을 달빛 아래에서 먹는 과메기는 과메기가 아니다. 행복이다. 권커니 잡거니, 친구여 또 한잔!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