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천만 시대를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
(사)한국당뇨협회 회장, 박성우 교수의 특별한 선물
성인 10명 중 1명이 겪고 있는 국가적 재앙, 당뇨병. 하지만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그에 따라 당뇨합병증으로 인한 국내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가장 높으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개인의 문제를 떠나 국가와 사회가 당뇨예방과 치료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EDITOR 김수석 PHOTOGRAPHER 권오경 COOPERATION 강북삼성병원
박성우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 함께 참석한 실제 제1형 당뇨를 앓고 있는 에디터의 직장 동료 A를 문진했다. 일부러 당뇨를 앓고 있는 직원을 데리고 간 것이 아니었다. 그저 콘셉트촬영을 도와줄 시간이 남는 직원을 데려갔는데, 그가 뜻하게 않게 실제 당뇨병 환자였던 것이다.
에디터와 사진기자는 놀라기도 했고, 평소 A에게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는다며 핀잔을 주던 상황이 떠올라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 놀라울 일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성인 10명 중 1명이 당뇨를 가지고 있다. 그 자리에는 에디터와 사진기자 그리고 병원 측 직원들이 함께 있었으니, 당뇨병환자가 한 명쯤 있다고 해서 놀라울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적 재앙이라고까지 불리는 ‘당뇨’의 심각성과 ‘당뇨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잊고 산다.
“당뇨는 주변의 이해와 도움이 많이 요구되는 질환입니다. 당뇨환자들은 겉보기에는 아주 멀쩡해 보이지요. 그런데 음식을 가려먹는 등 다소 유별난 행동을 보이는 것에 대해 ‘네가 무슨 환자냐’라는 식으로 대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무리하게 술을 권하거나 과로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주변에 당뇨를 앓고 있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어렵게 살고 있는가를 조금만 이해해주세요. 그러면 당뇨의 치료에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콘셉트촬영이었음에도 실제 환자를 진찰하듯 꼼꼼하고 진지하게 A의 건강상태를 살피는 박 교수의 풍모에서 40년간 당뇨환자를 내 가족처럼 봐왔던 그의 정성과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도 A의 손을 두 손으로 잡으며 “항상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네는 노 의사의 풍모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원칙에 입각한 치료가 당뇨합병증 예방의 최선책
지난 40여 년간 누구보다 많은 환자를 보아왔던 그이지만, 그도 자신이 그렇게 오랜 세월 당뇨병환자들과 함께할지 몰랐다고 말한다.
“40여 년 전 제가 내분비내과 의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당뇨병환자를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당뇨병으로 입원하는 경우도 드물었고 행여나 당뇨합병증으로 입원하는 환자가 생기면 모든 수련의가 병실에 모여 환자를 관찰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당시에 당뇨라는 병은 흔치 않은 것이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성인 10명 중 1명이 가지고 있는 흔한 만성질환이 되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내분비내과 의사가 된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당뇨병환자가 급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당뇨병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깊이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당뇨병 치료의 명의로 널리 알려진 박 교수이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는 당뇨합병증과 완치가 어려운 당뇨병의 특성상 안타까운 치료사례도 많이 겪어야했다. 특히 당뇨합병증의 실체를 알고 철저하게 관리하는 환자는 의외로 많지 않다.
처음 당뇨병 진단을 받고서는 잘 관리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예전의 나쁜 습관에 다시 빠져들어 치료를 무위로 돌리거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당뇨를 치료하다 보면 완치가 안 돼서 어렵고 힘들게 돌아가시는 분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처음 당뇨를 치료하는 대부분의 환자는 저혈당을 한두 번 경험하면서 인슐린을 쓰는 것에 대한 공포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혈당이 250~300인 채로 사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 환자일수록 의사는 환자의 말을 무조건 들어주기보다, 원칙을 지켜서 치료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혈당의 조절이 어렵고 결국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뇨합병증의 주요 원인이 고혈당이므로 철저한 혈당 조절은 기본이다. 혈당이 정상 범위에서 유지되도록 식사, 운동, 약물요법을 병행해야 하며, 적절한 체중과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므로 당뇨병 교육은 필수다.
특히 당뇨합병증은 다양한 장기에 나타나므로 각각의 합병증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당뇨의 잘못된 상식에 기대지 말고 전문 교육을 통해 올바른 당뇨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인슐린을 맞으면 심장병 등의 합병증이 더 잘 온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또 운동만 열심히 하면 당뇨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는 전 당뇨병이나 당뇨 초기에는 가능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이미 당뇨병이 진행되어서 약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철저히 하는데도 당뇨조절이 잘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당뇨, 특정인의 질병 아닌 ‘너’와 ‘나’의 질병
당뇨의 예방수칙은 건강을 위한 일반수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식하지 말고 적절한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수칙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나 지키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뇨병을 사회 공동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할 거 같습니다. 과도한 식사와 음주를 유도하고 각종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상황이 증가하는 것을 비단 개인의 문제라고 국한시켜서는 안 되지요. 사회와 기업이 당뇨병 예방과 치료에 동참해야 합니다.”
특히 당뇨병환자가 당뇨합병증을 피하려면 철저한 혈당 조절과 합병증 검사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당뇨병 약제에 대한 불합리한 보험 기준 개선은 물론 혈당검사지 등의 급여 적용도 필요하다. 아울러 국가가 당뇨 합병증 검사를 적극적으로 권장해 더 많은 환자가 효율적인 관리체계 속에 들어가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예방적인 차원에서 국가나 사회단체, 또는 기업에서 운동시설을 확충해줘야 할 거 같아요. 누구라도 아주 값싸고 편리하게 운동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일반적으로 사회체육시설이라고 하는데, 많은 자본이 드는 거창한 개념의 것이 아닙니다. 당뇨를 예방하는 차원의 운동은 하루에 한 번이라도 일정하게 걷거나 빨리 뛰거나 체조를 하거나 근육을 키우는 약간의 아령 운동 정도면 돼요. 특히 40~50대 당뇨환자들을 보니까 직장에 얽매여 있는 시간이 많고 상대적으로 운동할 시간이나 시설은 너무나 부족한 거 같습니다. 당뇨의 예방적 차원에서 꾸준한 운동은 너무나 중요한 부분인데 말이죠. 사회와 기업이 나서서 개인이 운동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11월 14일 세계 당뇨병의 날, 블루박스 캠페인
박성우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는 (사)한국당뇨협회는 당뇨병의 예방과 치료 그리고 당뇨병환자 및 그 가족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사회단체이다. 올바른 당뇨관리를 위해 당뇨소식지 발행을 비롯해 당뇨측정캠페인, 당뇨강연세미나, 성인당뇨캠프 등 여러 행사 및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당뇨라는 것이 돈이 많고 뚱뚱한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 질병으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질병들과 마찬가지로 경제적으로 빈곤하고 살기 어려운 이들이 더 많이 걸립니다. 현재 당뇨병 환자가 400만 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이중 제대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절반이 될까 말까 합니다. 65세가 넘어가면 빈곤층이 될 확률은 훨씬 높아지고 제한된 돈을 가지고 병원을 가야 하는데, 좋은 약은 비싸고 치료비도 만만치 않으니 당뇨병환자들의 고통이 가중됩니다. 이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당뇨병을 경증진료로 보아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당뇨환자들은 약을 여러 개 써야 하고 혈당측정도 자주 해야 하는데, 경제적인 어려움이 따를 경우 당뇨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혈당을 측정할 때 들어가는 소모품인 스트립 하나의 가격이 400~500원이다. 당뇨측정을 수시로 해야 하는 당뇨병환자들에게는 꽤 부담이 가는 가격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11월 14일 세계당뇨병의날을 맞아 (사)한국당뇨협회와 동아닷컴 헬스&라이프(http://health.donga.com)는 어려운 이웃의 당뇨병 관리를 돕기 위해 특별 구성된 당뇨 케어 물품을 전달하는 ‘당뇨케어 블루박스 캠페인’을 마련했다.
“당뇨병은 전염병도 아니고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병도 아닙니다. 그리고 에볼라처럼 금방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병도 아니지요. 사회에서는 당뇨병 환자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당뇨병환자는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수시로 혈당을 재고 인슐린을 맞고 식사를 가리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싫을 수도 있고, 취업이나 직장에서의 승진 부분에서도 우려가 클 것입니다. 당뇨병 환자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려는 ‘국제당뇨병연맹(IDF, International Diabetes Federation)’의 캠페인도 어찌 보면 당뇨병 환자가 차별을 받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더 넓게 보면, 현재 우리나라는 문화·경제적 수준이 높아져서 당뇨병에 대한 자기방어를 할 수 있는 상태까지 왔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들도 많습니다. 동남아 같은 후진국에서는 당뇨합병증으로 발이 썩어들어가는 데도 방치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세계당뇨병의 날’을 맞아 당뇨병 환자에 대한 관심을 더욱 넓혀갈 때입니다.”
“당뇨병을 사회 공동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당뇨병 환자가 400만 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이중 제대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절반이 될까 말까 합니다. 사회와 기업이 당뇨병 예방과 치료에 동참해야만 당뇨환자의 급증을 막을 수 있습니다”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완치가 없는 병, 당뇨. 그렇기에 당뇨병 치료의 가장 기본은 어떻게 해서든 인슐린을 많이 나오게 하거나, 밖에서 인슐린을 공급하거나, 인슐린의 작용을 돕거나 하는 것 등이다. 그러한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세포를 최대한 오랫동안 보호하는 것이다. 현재 당뇨치료에 쓰이는 약물은 일시적으로 당을 조절하는 데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고 혈당을 잘 조절하면 할수록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세포도 오랫동안 생존한다. 그래서 평소의 혈당조절은 장기적으로도 당뇨병의 악화를 막는 데에 중요하다.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는 나이가 들면서 다시 분화되지 않고 조금씩 사라집니다. 당뇨병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그 소멸속도가 더욱 빠르지요. 그러나 인슐린 생성 세포를 보호할 방법이 개발된다면, 당뇨도 머지않아 정복되지 않을까요? 어떠한 질병을 가진 환자들이 급증한다는 것은 반대로 그 질병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가 더욱 강해진다는 것이에요. 당뇨도 머지않은 미래에 분명히 극복될 질병입니다.”
TIP 당뇨병 치료의 미래, 어디까지 어떻게 발전하고 있나?
1. 먹는 인슐린 한동안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었던 분야이다. 인슐린 주사에 대한 부담을 가진 당뇨환자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인슐린이라는 단백질 분자의 특성상 위장을 통하면 분해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인슐린은 분해되지 않은 상태로 혈관으로 들어가야 효과가 있다. 그런 난관을 극복하기가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호흡기를 통해서 약을 흡입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2. 췌장이식 제1형 당뇨환자들이 고려하는 방법 중 하나로 국내 종합병원 몇 곳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당뇨합병증으로 인해 다른 장기를 이식해야 할 때 췌장도 함께 이식하는 것을 고려하는 정도이다.
왜냐하면, 타인의 췌장을 이식할 경우 지속적으로 항염증제를 먹어야 하는데, 인슐린주사를 맞는 것에 비할 때 큰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장기를 이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차피 항염증제를 복용해야 하니, 췌장의 이식을 함께 고려해볼 수 있다.
3. 췌도이식 1형 당뇨에 있어, 췌장에 있는 췌도의 자가항체가 베타세포를 파괴시키는 경우에 고려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식된 췌도는 우리의 몸에서 오랫동안 살지를 못하고 암세포로 변질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부작용을 막고 이식된 췌도를 오랫동안 살릴 수 있도록 줄기세포를 심어주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당뇨혈관센터의 ‘당뇨·합병증 토털 헬스케어 시스템’
본 센터의 강점은 정확한 진료와 검사로 환자의 내원 횟수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혈액검사, 합병증검사 등 주요 검사를 모두 당뇨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다. 신장내과, 순환기내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안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와의 긴밀한 협진으로 합병증 관리를 효율적으로 한다. 전당뇨병과 당뇨병을 구분해 세심함 진료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진료, 검사, 처방을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 취재 김수석 기자(kss@egihu.com), 사진 권오경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