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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 반칙운전]“노래반주기 말고 소화기 있어야죠”

입력 | 2014-11-14 03:00:00

전세버스 안전점검 동행해보니




8일 서울 서초구 양재역 인근에서 김정훈 교통안전공단 안전관리처 차장(오른쪽)이 한 전세버스에 올라 노래반주기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8일 오전 서울 사당역 인근 공영주차장. 중학교 동창들과 안면도 나들이를 떠나려던 김모 씨(50)는 전세버스 안전점검반이 버스에 오르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씨 일행은 “흥겨웠던 분위기가 다 깨졌다” “행정력 낭비다”라는 등 끊임없이 불만을 쏟아냈다. 위반행위가 적발된 전세버스 기사들은 적반하장으로 큰소리를 쳤고 승객들은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안전점검인데도 “왜 못 가게 붙잡느냐”며 기사와 합세했다.

본보 취재팀은 8일 교통안전공단, 관할 경찰서, 구청 직원들로 구성된 합동점검반의 안전점검에 동행했다. 점검반은 서울 서초구 양재역과 사당역 일대에서 기사의 음주 여부를 측정하고 차량의 불법개조 여부 및 안전관리 실태를 확인했다. 이날 점검에서 전체 버스 62대 중 10대(16.1%)에서 △노래반주기 설치 △소화기 및 비상망치 미비치 △차량 외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장착 등 안전규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까지 전세버스 안전점검 결과 불법 구조 변경 및 소화기 미비치 등 위반사항이 적발된 전세버스는 2207대로 전체 점검 대수(7412대)의 29.3%에 달했다. 지난해 총 7451대 중 1400대(18.8%)가 적발된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사고 시 대처요령만 숙지해도 피해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8일 오후 경부고속도커진 사례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 원인이 브레이크 라이닝 과열로 추정되는데 이러한 경우 소화기만으로 진화가 어려워 물로 과열 부위를 식혀주는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며 “화재 시 대처요령에 대한 안전교육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전세버스 이용 승객들도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안전규정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교통안전공단 안전관리처 김정훈 차장은 “의무적인 안전점검조차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승객이 많다”며 “이동 시 안전벨트를 꼭 매고 음주가무 등 기사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소란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세버스 운전기사와 차량 정보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세버스 이용객 누구나 전세버스 예약 후 교통안전공단에 적격심사를 요청하면 출발일 전까지 △전세버스 운전자격 취득 여부 △자동차보험 가입 여부 △자동차 검사 여부 △전세버스 차령(車齡) 초과 등의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교통안전공단은 12월부터 ‘교통안전 정보제공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 이용자가 손쉽게 전세버스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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