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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쌀쌀한 中 대신 러에 눈 돌려… 외교고립 탈피 안간힘

입력 | 2014-11-15 03:00:00

[北, 러시아에 최룡해 특사]김정은-푸틴 2014년내 정상회담 가능성
美-中에 대화 손짓 보냈지만 안먹혀… 北, 최근 러와 경협 움직임 활발
포괄적 경제협력 조약 발표 가능성… 러 “일부 ‘국제문제’도 논의할 것”
북핵 관련 양측 협의 방향 주목




‘돌고 돌아 러시아….’

미국 중국 일본을 향해 외교 공세를 펼치던 북한이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러시아 특사 파견 카드를 꺼냈다. 김정은 체제 들어 러시아에 파견하는 최고위급 인사다. 심화되는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겠다는 목적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더욱 가까워지는 한중 관계를 의식한 행보이자 냉각기인 북-중 관계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려는 움직임으로도 보인다. 다음 달 17일 아버지 김정일 ‘탈상’ 3주기, 내년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둔 김정은으로서는 내부 결속을 다지고 해외 협력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제 외교무대에 데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 김정은, 국제외교무대 데뷔할지 주목

이번 특사 파견은 연내 또는 내년 초 북-러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14일 언론보도문을 통해 “최 비서가 모스크바 방문에 이어 극동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도 방문한다”며 “정치 대화 수준 격상, 통상경제관계 활성화 방안,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등을 포함한 양자 관계 현안과 상호 관심사인 일부 국제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일부 국제 문제’. 북한 핵문제 논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 문제를 두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북한과 러시아 정부 간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러시아의 북한 철도 개·보수 투자 등 최근 부쩍 가까워지고 있는 북-러 경제협력에 대해 총정리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포괄적인 상호 경제협력 조약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양측이 1961년에 체결했지만 옛 소련 붕괴 이후 사문화됐던 경제협력 성격의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을 업그레이드하는 형식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가 서방 등 미국과 관계가 굉장히 나쁘기 때문에 최고지도자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로 몰리고 있는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면 러시아의 반(反)서방 노선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기에 러시아도 북-러 정상회담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 마지막 승부수는 러시아?

그동안 북한은 최근 한반도 주변국은 물론이고 유럽까지 겨냥해 적극적인 외교전을 펼쳤지만 별다른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러시아만이 대조적으로 북한과의 고위급 ‘셔틀 외교’를 이어왔다. 이번 특사 방문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외교적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고 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선 러시아가 중국을 제치고 김정은 시대 북한의 최대 우방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런 점에서 이번 특사 방문 발표는 중국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 표시라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중국도 북-러 관계 개선 기류에 반색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중국 인사들을 연쇄 접촉한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묻자 중국이 꺼릴 이유가 없다고까지 말하더라”며 “위태로운 북한 경제를 살리고 국제사회의 중국책임론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안 jkim@donga.com·윤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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