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가채점 끝낸 고3 교실 혼란 ‘1등급 컷’ 영어 98점-국어B 91점… 자연계 최상위권 대학 수시 국영수 합쳐 2, 3개 틀려야 안정권… 교사들 “변별력 없어 감 못잡겠다”
○ 수학B형 만점자만 1등급
입시업체들이 추정한 영역별 등급 구분점수를 종합하면 수학B의 1등급 구분점수는 100점, 2등급 구분점수는 95∼97점이다. 지난해 1등급이 91점, 2등급이 85점인 것과 비교하면 등급 컷이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것이다. 수학 1등급이라는 서울 중앙고 지윤구 군(18)은 “수학 B형이 쉽다고 느꼈고 다 맞았기는 했지만 1등급 구분점수가 만점이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의대 진학을 위해 재수를 한 김도환 씨(19)는 “국어 2등급, 수학 1등급, 영어 2등급이 나와서 정시로는 의대에 갈 수 없는 성적이라 수시에 목숨을 걸고 있다”면서 “수시에서 고려대 경희대 성균관대 의대에 지원해 놓은 상태인데 수능이 너무 쉽게 출제돼 최저학력기준을 못 맞출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배재고 3학년 이후승 군(18)은 “국영수 모두 1등급을 받을 정도로 원점수가 모의고사보다 높게 나왔지만 등급 컷 역시 높아서 당황했다”면서 “친구들도 다들 어느 정도 잘 봐야 잘 본 건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 교사들 “입시 지도 막막해”
학생들의 가채점 결과를 취합한 고3 교사들은 변별력이 떨어지는 수능 때문에 진학 지도가 너무 힘들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잠실여고의 안연근 교사는 “자연계는 올해 의대 모집이 늘어나 상위권 아이들이 분산되는 여파로 합격선은 지난해보다 내려갈 것 같은데 수능이 너무 쉬워서 감을 잡을 수 없다”면서 “인문계는 국어가 변별력이 있는 데다 입시 판도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반면 자연계는 진학 지도가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험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지원 전략을 짤 엄두가 안 난다는 불만이 폭주했다. 수험생들은 “수능을 몇 년째 출제하는데 아직도 난이도 조절을 못하느냐” “수능이 너무 쉬우면 등급 때문에 망한다는 걸 모르느냐” “정시를 염두에 두고 재수했는데 삼수를 하게 생겼다”는 등의 원성을 쏟아냈다.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수능에서 전국적으로 부정행위 190여 건이 적발됐다고 14일 밝혔다. 휴대전화 등 반입금지 물품 소지, 4교시 응시방법 위반 등이 가장 많이 적발됐다. 평가원에 신고된 부정행위 사례들은 관할 시도교육청이 조사한 뒤 부정행위 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재 수위를 확정할 계획이다.
김희균 foryou@donga.com·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