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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공감백서 맞아, 맞아!]“工大 전성시대라고? 기회 되면 다른 일 하고 싶어요”

입력 | 2014-11-17 03:00:00

工大 출신 직무만족도 물어보니




'공대 전성시대' 당사자들 생각은?

‘요즘 같은 시대에 대기업 취업이 잘되는 공대 온 건 정말 잘한 거죠?’ ‘어지간한 전문직보다는 대기업이 낫지 않나요?’ ‘공대 출신의 위상이 대기업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많이 높아졌죠?’….

공대를 졸업한 뒤 한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 씨(37)가 얼마 전 ‘졸업생 초청 행사’에서 후배들에게 받은 질문들이다.

그는 “‘취업이 전부가 아니다. 다양한 길을 생각해보라’는 식의 조언을 할 생각도 했지만 워낙 대기업에 대한 질문이 많아 그만뒀다”며 “대학생들의 대기업 선호도, 공대 자부심이 이렇게 높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 대기업보다 안정적인 직장이 더 좋다


공대 출신 최고경영자(CEO)와 신입사원 비율이 증가하며 대기업에서는 ‘공대 전성시대’란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대학가에서도 공대생은 취업에 관한 한 ‘선택받은 이’들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작 공대 출신 직장인들의 직무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16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 유한구·황규희 박사팀이 공대 출신 직장인 2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3.4%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공학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또 ‘공대 출신이 인문계 출신보다 사회에서 더 인정받는다’고 답한 비율은 37.5%에 그쳤다. ‘가장 선호하는 직무분야’에서도 대기업 주요 직무(연구, 경영, 생산 파트) 대신에 ‘국책연구소’(25.8%)를 꼽았다.

전자공학 박사로 대기업의 정보기술(IT) 관련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김모 씨(34)는 최근 직장 동료들 몰래 학술지에 실릴 연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 업무가 바쁘지만 김 씨는 기회가 될 때마다 연구논문을 쓸 생각이다.

김 씨는 “예전보다 나아졌다지만 불경기만 닥치면 여전히 정말 중요한 중·장기 프로젝트를 중단시키고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한다”며 “실적에 민감한 대기업에서 안정적으로 연구하는 게 힘들 것 같아 국책연구소로 옮기는 데 필요한 연구실적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자동차 관련 기업의 연구파트에 다니는 정모 씨(35)도 구조조정과 단기 성과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이직을 고려 중이다. 그는 “연구 파트는 매일 수치로 나타나는 변화가 많아 위로부터의 압박과 질책도 더 자주 받는 편”이라고 푸념했다. 정 씨는 “단기 성과를 위한 보고와 구조조정 압박에서 지금보다는 훨씬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아 공무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전성시대’라지만 아쉬운 사회적 인식에 씁쓸

공대 출신의 사회적 위상이 기대보다 낮다고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다. 산업공학과를 나온 뒤 IT 관련 대기업에 다니는 최모 씨(31)는 현재 직장의 처우와 위상에 만족하고 있다. 소개팅이나 동호회 활동에서도 직장 이야기가 나오면 적극적으로 ‘회사 홍보’도 하는 편이다.

하지만 최 씨는 얼마 전 어머니가 ‘너보다 안 좋은 대학 나온 친구 아들이 로스쿨 가서 변호사 됐어’라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며 살짝 기분이 상했다.

그는 “요즘 변호사가 급증하며 대기업 직원들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도 많은데 어머니가 여전히 ‘변호사=엘리트, 대기업 직원=평범한 사람’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한편 ‘공대생’들의 전공 만족도는 ‘공대 출신 직장인’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능원은 전국 10개 대학의 3, 4학년 공대생 213명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공학이 다닌 다른 전공을 하고 싶다’고 답한 이들은 36.6%에 그쳤다. 반면에 ‘공학 전공자가 인문계열 전공자보다 사회에서 더 인정받는다’고 답한 비율은 69%나 됐다.

유한구 박사는 “취업에서 공대생들이 다른 계열 학생들을 앞선다는 건 다양한 지표로 증명되기 때문에 공대생들의 만족도가 공대 출신 직장인들보다 높게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공대생들의 전공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 건 긍정적이지만 ‘대기업 선호 현상’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규희 박사는 “공대생들의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이 대기업에 비해 크게 낮은 건 기술 혁신과 창업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등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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