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훈 감독. 스포츠동아DB
프로구단 비협조로 역대 최약체 대표팀 구성
강단있는 리더십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 일궈
21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에 출전한 이정훈 감독은 14일(이하 한국시간) 식사를 한 끼도 못했다. 14일은 대표팀의 결승행 여부가 갈리는 일본전이 있던 날이었다. 이 감독은 전날 밤 늦게까지 팀 미팅을 하느라 아침 먹을 시간을 놓친 채 야구장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대표팀은 13일 오후 7시30분에 시작한 야간경기에서 니카라과와 4시간 가까운 혈투를 벌였다. 이어 14일 일본전은 오후 1시30분에 시작하는 강행군이었다. 경기시간에 맞추기 위해 호텔에서 버스가 오전 11시에 출발했는데 깜빡 늦잠을 잔 선수 1명이 버스에 타지 못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기다리지 않고, 바로 버스를 출발시켰다. 이 감독은 14일 일본전 직후 이 선수에게 “돌아올 때도 버스를 타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후 15일 호주전이 오후 7시30분 경기였고, 16일 니카라과와 3-4위전이 다시 오후 1시30분 경기인데다 한국이 홈팀이어서 버스 출발시간이 10시였는데 이때는 단 1명의 지각자도 없었다.
강성 이미지의 이 감독이지만 15일 호주전을 8-7로 이긴 뒤에는 선수단 미팅을 열고, 대만전과 일본전에서 역투한 에이스 임기준을 위해 사비를 털어 50만원의 상금을 주기도 했다. 프로구단들의 선수차출에 비협조인 탓에 ‘역대 최약체’의 혹평을 듣고 출발한 대표팀이 첫 21세 이하 세계선수권에서 3위에 입상했다. 대만, 일본을 맞아서도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최악에서 최선을 이끌어낸 이 감독이다.
타이중(대만)|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