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990년대 들어 대변신을 시도한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해 철없는 공주 연기를 선보인 것이다. “아저씨 나한테 홀딱 반했지” 같은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내뱉은 그는 ‘공주병 이미지’로 두 번째 전성기를 열었다.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휘감고 ‘불치의 전염병’으로 알려진 공주병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전국적으로 공주병 신드롬이 유행했다. ‘미나공’(미안해 나 공주야) ‘미나자’(미안해 나 자옥이야) 같은 유행어도 등장했다. 1996년 그가 발표한 ‘공주는 외로워’ 앨범은 60여만 장이 팔렸다.
▷그는 연기자로서뿐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뜨겁고 열정적인 여정을 걸었다. 1980년 가수 최백호 씨와 결혼한 그는 파경의 아픔을 겪었지만 1984년 듀엣 ‘금과 은’의 멤버 오승근 씨와 재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2008년 대장암 수술을 받은 뒤에도 그는 오뚝이처럼 재기했다. TV와 스크린에서 다시 건재한 모습을 보여준 그가 어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폐와 림프샘 등에 암이 전이됐다 한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