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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低 겨냥… “세계경제 위험 빠뜨릴 수도”

입력 | 2014-11-17 03:00:00

[朴대통령, 선진국 통화정책 문제제기]




“어떤 나라는 히터를 켜고, 어떤 나라는 에어컨을 켜는 상황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세계 경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미국은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일본은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는 등 선진국의 통화정책이 냉·온탕을 오가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불확실성의 핵심 요인으로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지목했다. 아베노믹스는 통화량을 늘려 엔화 약세를 유도함으로써 자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자국 기업만을 고려한 통화정책이 세계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저’가 한국 등 주변국에 타격을 줘 경제가 침체되면 결국 일본 경제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한국의 자동차, 조선, 정유, 화학 등 주요 수출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박 대통령은 미얀마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엔저 지속 및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 등 글로벌 금융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런 선상에서 최 부총리는 전날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더 직접적으로 일본을 공격했다. 그는 “일부 선진국이 양적완화를 자국 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를 주재한 조 하키 호주 재무장관은 최 부총리의 문제 제기에 대해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소 부총리는 미리 준비한 발언만 했을 뿐 ‘엔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고 최 부총리는 전했다.

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 채택한 ‘브리즈번 액션플랜’은 ‘자국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환율의 경쟁적 평가절하를 자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일본을 제외한 G20 회원국들이 모두 한국의 의견에 동조한 것은 아니다. ‘엔저’가 주변국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기도 하지만 저성장의 늪에 빠진 세계경제를 일시적으로 회복시키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 극복’은 이번 G20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였다. 그래서 이번 G20 공동선언에는 ‘환율의 경쟁적 평가절하를 억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편 박 대통령은 내년 G20 정상회의 의제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발’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50년 전만 해도 저개발 국가였던 한국은 ‘새마을운동’을 통해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다”며 G20 국가와 개도국이 상생과 동반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를 끝으로 8일간의 순방을 마치고 17일 오전 귀국했다.

브리즈번(호주)=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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