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대권·당권 분리론 “대선주자 보호”는 궤변일 뿐 친노 패권 막기 위해서 아닌가 운명 거부 못하는 훌륭한 인품… 써준 대로 읽는 듯한 문재인 발언 리더십 입증한 뒤 대선 도전하라… 단, 낙선하면 정계 떠나야 할 것
김순덕 논설실장
후원을 맡은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참석한 그날 유독 눈길을 끈 것은 문재인 의원의 불참이었다. 언론은 “지역구 일정이 있어 불참했다”고 언급했지만 그의 블로그 속 10월 달력엔 3일 일정이 빈칸으로 돼 있다.
문재인에게 진짜 지역구 일정이 있었는지, 핑계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누구도 의심치 않던 ‘친노의 좌장’이라는 그의 투명감투를 의심하는 사람이 생겨났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9월 중순 박영선 당시 비대위장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영입 움직임에 그가 동의했네, 안 했네 진실게임이 벌어지자 원조 친노 좌장인 이해찬이 ‘바지사장 문재인’에게 경고장을 날렸다는 추측도 있다.
새정연 내 비노(비노무현)는 물론이고 적잖은 사람들이 다양한 논리로 대선주자 당권 불가론을 강조한다. 나는 문재인이 당권에 도전해야 한다고 본다. 이유는 단 하나, 문재인의 리더십은 어떤 것인지 정말 궁금해서다.
486 대표주자인 우상호 의원은 “안철수 같은 분이 대표가 된 후 단수(單數) 지지율이 됐다”며 점잖게 문재인의 당권 도전을 반대했다. 고양이 쥐 생각하는 화법이다. 안철수가 넉 달이라도 당 대표 모습을 보여줬기에 다음번에 나오면 찍겠다, 안 찍겠다 결정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문재인이 또 나오면 또 깜깜이 투표를 하란 말인가.
사실 문재인도 안철수 같은 초선일 뿐이다. 이해찬의 그랜드 플랜대로 2012년 대선 야권 단일후보가 되고 48%의 지지율을 올렸지만 인품 좋다는 것, 그래서 본인이 원치 않는 운명도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들일 만큼 훌륭한 분이라는 건 알겠다. 그러나 리더십은 검증된 바 없다. ‘열린 자세’와 거리가 먼 친노가 문재인 말이라고 무조건 따르진 않는다는 사실도 ‘이상돈 파동’에서 드러났다.
그에게 “나를 따르라”고 할 만한 비전과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문재인은 작년이나 올해나 정국이 제자리로 돌아갈 만하면 반드시, 그것도 꼭 한 박자씩 늦게 발목 잡는 정치를 했다. 특히 지난달 24일 거의 모든 비대위원들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연기’를 문제 삼았을 때 문재인만 생뚱맞고도 한가롭게 전셋값 폭등을 언급한 이유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누가 일러주거나 써주지 않으면 말을 못하는 것처럼 그는 사흘이 지난 뒤에야 “대한민국 군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전작권을 언급했다.
새정연이 선거마다 패한 이유를 친노 강경파의 패권주의로 보는 비노와 중도 온건파에게 문재인의 당권 장악은 재앙일 것이다. 당권은 공천권이므로 “당이 깨진다”는 배수진을 치고 막는 것도 이 때문일 터다. 그러나 바지사장이든 최대주주이든, 트위터나 날리는 것보다는 당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책임지는 자세다. 설령 문재인을 주저앉혀 비노 당 대표가 탄생한들 친노 등쌀에 배겨날 리 없다. 어떻게든 흔들어 총선 공천 전에 떨어뜨릴 것이 분명하다. 박영선 전 비대위장이 산증인 아닌가.
당도 한 번 이끌어보지 않은 사람을 대선 후보로 내세우는 무모함은 한 번으로 족하다. 새정연은 국민에게 판단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문재인의 당권 도전을 허(許)하기 바란다. 당선되면 문재인은 약속대로 당 혁신에 매진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2017년 대선 도전을 결정하면 된다. 단, 낙선하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한 만큼 깨끗이 정계를 떠나야 할 것이다.
김순덕 논설실장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