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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 재점화

입력 | 2014-11-17 03:00:00

제주지사 관사건설 철회 요청에… 찬성측 주민들-해군 난색 표명… 기지건설 갈등 확대 우려 목소리도




16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관사 건설현장. 울타리가 처져 있는 공사장의 출입문이 버스 등으로 막혔다.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관사 건립을 막기 위해 해군기지 반대에 나선 사람들이 점령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14일 시작한 해군관사 건립 공사는 11일 후인 25일 중단됐다. 이 해군관사 건립사업이 새로운 갈등의 중심에 섰다.

강정마을회 회장 등 임원진은 13일 제주도청을 방문해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해군관사 건설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제주해군기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받아들이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원 지사는 “마을의 공식 의견을 줬으니 해군관사 건설을 해군이 포기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관사 철회 요구, 왜 나왔나

제주해군기지 진상조사는 원 지사의 공약이다. 이 공약 이행을 위해 해군관사 철회 요청이라는 강수를 뒀다. 원 지사는 강정마을 갈등에 대해 “강정마을 문제는 정책 입안과 결정 과정에서 주민 참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는 강정마을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로 ‘진상조사’를 선택했다.

원 지사는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빚어졌던 마을총회, 환경영향평가, 절대보전지역 해제 등 모든 문제를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조사하겠다. 제주도가 잘못했다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진상조사를 위해 올해 말 관련 조례를 제정한 뒤 제주도, 제주도의회, 강정마을회가 각각 추천하는 인사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이다.

원 지사는 강정마을회에서 제시한 ‘조건부 진상조사 수용’을 거부하면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해군관사 철회를 요청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해군기지 갈등을 이번에 풀지 않으면 또다시 기회가 없다는 생각을 지사는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새로운 갈등 생기나

해군기지 유치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원 지사가 해군관사 건립 철회를 요청했다는 소식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정마을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강정추진위원회 강희상 사무국장은 “해군기지를 유치한 이유는 인구 감소로 통폐합 위기에 처한 강정초교를 살리고 인구 유입을 통해 강정마을 발전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원 지사는 정치적인 공명심 때문에 다수 주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극소수 반대 주민과 외부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해군 측은 난감한 상황이다. 해군관사 건설은 지역주민과의 약속이기도 하고, 비상 출동하는 승무원과 가족이 사는 최소한의 공간이다. 하지만 제주도의 요청을 거부하면 공사 과정에서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해군 관계자는 “제주도의 통합 노력에 공감한다. 그러나 민군복합항의 건설 상황이 새로운 국면을 맞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공사 중인 관사는 내년 말 해군기지가 완공될 시점에 필요한 요원들이 거주할 필수 시설이기 때문에 사업 철회는 힘들다”고 말했다.

제주해군기지에 입주할 예상 인원은 3000여 명으로 알려졌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