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혁신 ‘골든타임’ 2부] <3> 안전 패러다임을 바꾸자 (下) ‘공짜 안전’은 없다
○ 선뜻 건널 생각이 들지 않는 ‘낡은 교량’
준공된 지 44년이 지난 서울 성북구 북악스카이웨이 1교, 곳곳에 균열과 녹물이 흐른 자국이 있다. 다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임시 철근 교각 2개와 강선, 철판이 설치돼 있다. 다리 밑에는 1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그러나 본보가 김 교수와 함께 점검한 결과 상판뿐만 아니라 교각을 포함한 다리 전체의 철근에서 부식이 발생하고 있었다. 김 교수는 “철근이 부식되면서 부피 팽창이 일어나 철근을 둘러싸고 있는 접합재료인 콘크리트를 밀어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량이 교량 위를 지나갈 때마다 균열된 틈 사이로 부서진 콘크리트 가루가 뿜어져 나왔다. 김 교수는 “긴급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부분 보수가 아닌 교량 전체를 개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교량 밑 주택에 거주하는 김모 씨(43)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다리 밑에서 사는 기분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가 없다”며 “하루에도 수십 번 다리만 바라보고 산다.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1979년 준공된 서울 동대문구 이문고가도 대표적 노후교량으로 정밀안전진단 결과 C등급(보수 보강 조치 필요)을 받았다. 지난해 12월까지 보수 보강 공사를 했지만 북악스카이웨이 1교 사례와 마찬가지로 개축을 한 것은 아니어서 보수 공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교수는 “예산 편성 문제로 적절한 시기에 개축해야 할 시설물들이 보수 공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빠른 노후화 속도를 막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지반 침하 원인인 ‘낡은 하수관로’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 건물에서 근무하는 최모 씨(66)는 8월 22일 황당한 광경을 목격했다. 서초대로를 달리던 승합차의 앞바퀴가 도로 한복판에 발생한 구멍(폭 1.5m, 길이 1.8m, 깊이 1.2m)에 빠진 장면을 본 것. 다행히 운전자는 경찰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그러나 최 씨의 가슴 한편에 남은 불안감은 떨쳐지지 않았다. ‘매일 이 도로를 이용하는데 나라고 구멍에 빠지지 말라는 법 있나….’ 최 씨를 혼란스럽게 한 구멍은 하수관로 불량으로 인한 지반 침하로 발생한 것이었다.
지반 침하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균열이 발생한 하수관로를 사전에 발견해 보수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A구에 따르면 크기가 작은 지름 60cm짜리 하수관로 200m를 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억2000만 원에 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하수관의 크기와 주변 상황에 따라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책정된 예산만으로는 하수관로의 전면 보수가 힘들다”고 말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정윤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