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없이 미래 없다]<3> 아이 둘은 선택 아닌 필수로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평균 아이 수)이 최소 2.1명은 넘어야 한다는 것. 아이가 자라면서 사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2.1명은 저출산 극복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하지만 2013년 현재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9명에 그치고 있다. 결혼하면 대개 한 명은 낳지만 둘째는 여러 제약 때문에 낳기를 꺼려 출산율이 낮다. 하나는 어떻게든 키우지만 둘이 되면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직장 맘들은 경력 단절이 두려워, 남성들은 늘어나는 경제적 부담으로 둘째를 꺼린다.
○ 둘째를 꺼리는 현실
류 씨처럼 ‘둘째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향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신생아 중 첫째는 2003년 24만600여 명에서 2013년 22만4800여 명으로 7% 감소했다. 반면 둘째는 2003년 20만1700여 명에서 2013년 16만5600여 명으로 17% 줄었다. 2013년 신생아 43만여 명 중 첫째는 52%를 차지해 둘째(38%)와 셋째 이상(10%)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만큼 첫째에 비해 둘째 셋째를 꺼린다는 의미다.
2013년 둘째 이상 신생아 수는 30년 전과 비교하면 50% 줄었다. 둘째 이상 신생아 수는 1983년 42만여 명에서 1993년 34만여 명, 2003년 24만여 명, 2011년 23만여 명으로 계속 감소했다.
이는 만혼 풍조와 이에 따른 산모의 고령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여성의 초혼 평균 연령은 29.59세, 첫째 아이 산모의 평균연령은 30.73세였다. 둘째 아이 산모의 평균연령은 32.62세, 셋째 아이 산모는 34.36세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고위험 임신으로 분류되는 ‘고령 임신자’의 기준을 35세로 정한 점을 감안하면 둘째 아이 한국인 산모의 평균연령은 고령 임신자에 근접한 것이다.
○ 저출산 대책, 둘째에 포커스 맞춰야
결혼 전 아이 욕심이 많았던 서미경 씨(38)는 첫째를 낳고 출산을 포기했다. 아이를 봐줄 사람도 없고,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육아휴직을 낼 형편이 아니다”라고 설득했기 때문이다. 서 씨는 거리 사진관에 걸린 두 아이를 둔 가족사진을 보면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다.
여성들은 어려운 현실 때문에 둘째를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은희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녀 한 명을 둔 44세 이하 기혼 여성 927명을 대상으로 출산 계획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둘째 출산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출산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양육비 교육비 등 경제적인 문제(39%) △한 자녀로 충분해서(25%) △나이가 많아서(17%) △자녀를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7.36%) 등을 꼽았다.
조사 대상 여성들은 남편의 육아와 가사 분담이 높을수록 둘째 출산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서울고용노동청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근로자는 811명으로 작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체 육아 휴직자(1만8197명) 중 남성 비율은 4.4%에 불과하다.
정부가 그동안 연말정산 때 추가공제로 세금을 지원하고, 문화시설 이용 시 할인 혜택이 있는 다자녀 우대카드를 지급하는 등의 다자녀 가정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한곤 인구학회장(영남대 사회학과 교수)은 “둘째부터는 파격적인 아이 수당을 신설해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고, 남성 육아휴직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저출산 기조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