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오류 논란 평가원 비난 봇물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출제 오류에 이어 올 수능에서도 영어와 생명과학Ⅱ 문항의 오류 논란이 불거지면서 수능 출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와 검증, 답안 확정까지 모두 주관하는 지금 방식에서는 검증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수정답 논란이 일고 있는 영어 홀수형 25번 문항의 경우 평가원의 허술한 문항 검증시스템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P)는 중고교 과정에서 기초적으로 구별해 가르치는 개념. 서울 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대학교수로 이뤄진 수능 출제위원들이 이런 기초적인 오류조차 걸러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어이없어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출제와 검증을 엄격히 하기 위해 현재 평가원 단독 체제의 수능 출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평가원은 총리실 산하 기관으로, 교육부가 예산을 지원하지만 교육부 감사는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최근 지난해 세계지리 문제 출제 오류를 인정했는데도 이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았다.
한편 일부 수험생을 중심으로 영어와 생명과학Ⅱ 문항의 복수정답 인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어 25번 문항에서 원래 정답인 4번을 선택한 정모 군(18)은 “개인적으로는 복수정답을 인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문제가 쉬워 상위권에 동점자가 많아질 텐데 복수정답이 인정되면 표준점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가원의 수능 문항 이의신청 게시판에도 ‘복수정답을 인정하지 말라’는 학생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평가원은 17일 오후 6시까지 이의신청을 마감하고 검토 및 전문가 자문 절차를 밟은 뒤 24일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생명과학Ⅱ 오류 문항에 대해 평가원은 생화학분자생물학회 등 복수의 관련 학회에 문항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회가 문항에 대한 의견을 평가원에 제출하면 평가원 이의신청실무위원회는 이를 참고로 논의한 뒤 정답을 확정한다. 하지만 상당수 학부모와 학생은 벌써부터 “지난해에 이어 같은 오류를 저지른 평가원의 결과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은택 nabi@donga.com·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