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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손에 스러진… 시리아를 사랑한 美청년

입력 | 2014-11-18 03:00:00

다섯번째 ‘참수’ 서방인질 캐시그
이라크전 참전뒤 난민구호 봉사… 평화와 희망 심으려던 땅에서 숨져




“제가 얼마만큼이나 시리아 내의 정치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병원에서 얼마 동안 한 일을 통해 저는 몇몇의 사람과 약간의 희망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참수된 다섯 번째 서방 인질 피터 캐시그(26·사진)가 인질이 되기 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캐시그는 미 육군 특수부대(레인저스) 출신으로 2007년 이라크전 참전용사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제대한 뒤 평화론자로 변신해 인디애나폴리스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그러다 2012년 레바논으로 여행 갔다가 시리아 난민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자원봉사자가 됐다. ‘Sera(특별 응급 대응 및 구호)’라는 구호단체까지 직접 조직해 난민 구호에 발 벗고 나섰다. 그런 구호활동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시리아 동부를 찾았다가 IS에 붙잡혀 무참히 살해된 것이다.

그의 부모 에드와 폴라 캐시그 씨는 16일 아들의 참수 소식을 접한 뒤 “(아들은) 시리아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 주려다 자신의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평화의 씨앗을 뿌리려던 청년의 꿈은 참혹하게 짓밟혔다. 그는 납치 상태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이슬람교도로 개종하고 이름도 압둘 라만으로 바꿨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순도 100%의 사악함’이라고 비난한 IS의 만행을 피해갈 수 없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