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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예술가의 아내로 살아가려면 부처가 되라

입력 | 2014-11-18 03:00:00


마케, 사과를 들고 있는 초상(화가 아내의 초상), 1909년

예술가의 아내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창조적 영감을 불어넣는 매혹적인 뮤즈, 창작의 조력자이며 예술적 동반자, 연인이자 아내이자 어머니, 그림의 모델이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 여자 등을 떠올리게 되리라.

독일의 화가 아우구스트 마케는 이런 예술가의 이상적인 아내상을 인물화에 구현했다. 그림의 모델은 마케의 아내인 엘리자베트다.

마케는 부유한 사업가의 딸인 엘리자베트와 청소년 시절에 사랑에 빠져 22세에 결혼했다. 젊고 아름다운 아내는 마케의 예술적 영감을 자극했다. 그는 전쟁터에서 27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아이를 돌보고, 바느질하고, 책을 읽는 아내의 일상생활을 뛰어난 색채 감각을 발휘해 인물화에 담았다.

이 그림은 예술가의 그림자로 살아가면서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는 이상적인 아내상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엘리자베트는 창작에 몰두하는 남편을 위해 과일 그릇을 들고 정물처럼 조용하게 서있는 모습으로 그려졌으니 말이다.

세기적인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아내 알마는 ‘회상기’에서 천재 예술가의 아내로 살아가는 고통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나의 존재는 그의 그림자, 노예에 불과했다. 아이들은 자기 방에 갇혀지고 나도 피아노를 치거나 노래를 해서도 안 되었다. 그의 머리는 자기의 일로 가득 차 있으며 작은 일이라도 방해가 되면 화를 냈다. 작곡, 정신의 고양, 자기 부정, 끝없는 탐구 등으로 그의 인생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토록 힘든 예술가의 아내 자리를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한국이 낳은 거장 백남준이 아내에게 했던 말에서 그 대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시게코, 우리가 젊었을 때 당신은 내게 최고의 연인이었어. 이제 내가 늙으니 당신은 최고의 어머니, 그리고 부처가 되었어.”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