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ICC 기소 막기 위해 파상적인 인권 역공세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北 인권 상징적 인물 무너뜨리려… 아버지 찾아내 TV 인터뷰 공개 신동혁과 국정원은 침묵 말고 北 주장에 구체적으로 반박하라
황호택 논설주간 채널A 시사프로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진행
독일의 마르크 비제 감독은 ‘14호 수용소 탈출’을 영화화해 여러 곳의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츠 같은 수용소가 21세기의 북한에 존재한다는 데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다. 신동혁은 북의 인권을 고발하는 상징적 존재로 부상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출범에 기여했다.
최근 북한은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 TV’를 통해 ‘북에서 죄를 짓고 도망간 악질 탈북자들이 허위 자료로 북의 인권 실상을 날조하고 있다. 이 놀음에 앞장서고 있는 자가 신동혁’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의 아버지는 TV 인터뷰에서 신동혁의 여섯 살 때 사진을 공개하면서 “인근(신동혁의 본명)이는 내가 심장병을 앓았기 때문에 살아있을 줄 몰랐을 것”이라며 “우리 부자는 정치범수용소에서 산 적이 없고 인근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탄광에서 일했다”고 말했다.
개천 정치범수용소는 북한에서 유일하게 일반 잡범들을 가둔 교화소와 나란히 있다. 이전에도 개천 교화소 출신 중에 정치범수용소 출신이라고 속였다가 탄로 난 사람이 있었다. 북한 수용소에서 경비병으로 근무했던 안명철 씨는 “신동혁을 테스트해 본 결과 수용소 출신이 맞다. 북한이 가짜몰이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일성대 출신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는 “탈북자에 대한 북의 인신공격은 악랄하고 과장돼 있지만 그쪽에서 공개하는 학력 경력은 사실일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용소의 노래’라는 수기를 쓴 강철환 씨는 가족과 함께 아홉 살 때 요덕수용소에 들어가 10년간 갇혀 있다가 석방된 뒤 5년 만에 탈북했다. 북은 강 씨에 대해 “시험에 떨어진 돌대가리”라는 공격을 하면서도 요덕 수용소 출신이 아니라고 반박하지는 않는다. 신동혁이 경비가 엄중한 정치범수용소에서 바로 탈출해 한 달가량 북한을 떠돌다 두만강을 건넌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수용소 인간 신동혁을 무너뜨려 국제사회에 알려진 북의 인권 상황이 날조됐다는 선전에 이용하려는 듯하다. 설사 신동혁이 서술한 내용이 과장됐다거나 거짓으로 판명된다고 해서 북한 인권의 국제적 이미지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나라 전체가 수용소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북한은 최근 조선인권협회를 내세워 해외용 ‘인권보고서’(북한에선 미공개)란 것을 내놓았다. 그런가 하면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조사를 허용하는 조건으로 COI 보고서에서 김정은의 국제형사재판소(ICC) 기소를 권고하는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에서 김정은의 ICC 회부가 최종적으로 실현되지 못하리라고 기대하면서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신동혁과 관련한 우리민족끼리 TV의 인터뷰도 최고 존엄을 국제사회의 인권 공세로부터 보호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황호택 논설주간 채널A 시사프로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진행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