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 이대로는 안된다]복수정답 인정 파장 어디까지
올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홀수형 25번 문항에 대해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복수 정답을 인정하기로 결론을 내림에 따라 중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등급 변동 등 상당한 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오류 검토가 진행 중인 생명과학Ⅱ는 복수 정답이나 정답 변경 등의 결정이 날 경우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서울대, KAIST, 주요 대학 의대 진학 여부가 갈리는 등 큰 파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입시전문업체 이투스청솔, 메가스터디, EBSi 사이트에서 이뤄진 수험생 가채점 결과에 따르면 영어 과목에서 원래 정답인 ④번 지문을 선택한 수험생은 응시생의 약 94%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류가 발생한 보기 ⑤번을 선택한 학생은 약 2%로 수험생 수로 환산하면 5800∼6000명 정도가 된다. 전문가들은 “중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평가원이 제시한 원래 정답을 맞혔다”며 “중하위권 학생들 중 상당수가 복수 정답으로 지목된 ⑤번 지문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이 수험생들을 중심으로 복수 정답 판정의 효과로 원점수가 오르는 등의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5800∼6000명의 원점수가 25번 문항의 배점만큼인 2점씩 오르면 등급컷도 그에 따라 상승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입시 전문가들은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1등급 컷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현재 약 98점인 1등급 컷이 99점이나 100점으로 오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등급 커트라인이 변하면 98점을 받은 수험생이 복수 정답 인정 때문에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락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수험생들은 영어 복수 정답을 반대하고 있다. ⑤번 지문을 선택하지 않은 중위권 학생들도 복수 정답의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등급이나 백분위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투스청솔, 메가스터디, EBSi의 가채점 정답 선택률을 보면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인 ④번이 약 11%, 수험생과 전문가들이 지목한 ②번이 약 74%다. 대다수 수험생이 평가원의 정답을 정답으로 지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평가원이 ②, ④번을 모두 복수 정답으로 인정하면 정답률은 11%에서 85%로 뛴다. 만에 하나 논란이 있는 ④번을 정답에서 제외하고 ②번만을 정답으로 인정하는 ‘정답 변경’을 할 경우 정답률은 11%에서 74%로 바뀐다. ④번을 선택한 학생들은 정답이 오답으로 바뀌면 이에 불복해 교육부와 평가원을 상대로 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