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없이 미래 없다]<4>산모 고령화 적극 대처하자
배꼽 아랫부분에서 또 ‘사랑이’(태명)가 움직였다. 임신 6개월인 이경희(가명·42) 씨는 태동을 느낄 때마다 지난 5년이 꿈처럼 느껴진다.
2009년 동갑인 남편과 가정을 꾸린 이 씨는 줄곧 아기를 기다렸지만 결혼 직후 한 차례 자연유산을 한 뒤 소식이 없었다. 이 때문에 3월부터 분당차여성병원 시험관아기센터에서 권황 교수로부터 진료를 받았고 시험관아기(체외수정) 시술을 받았다. 하지만 매달 병원을 찾았어도 번번이 실패하기 일쑤. 권 교수는 “35세가 넘은 여성은 난소 기능이 떨어져 배란 유도 주사를 맞아도 난자가 1, 2개 정도만 생성된다”며 “이 때문에 수정하고 착상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 씨는 10여 차례의 시도 끝에 올해 6월, 사랑이의 첫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시술비 부담… 남편도 적극 참여해야
이 씨는 “정부 지원이 큰 도움이 됐지만 결국 1000만 원이 넘는 돈은 고스란히 개인 부담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진료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별로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지난해 황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정부 지원을 받은 부부 1536쌍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도 체외수정 시술 여성의 69.2%, 인공수정 시술 여성 63%가 ‘검사비와 약제비 등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황 연구위원은 “비교적 시술이 간단하고 비용 편차가 적은 인공수정 시술은 건강보험 적용을 타진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남편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7월 인공수정으로 남녀 쌍둥이를 얻은 김민우(가명·40) 씨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지 몰라 뒤늦게 난임 치료를 받았다. 김 씨는 “병원에서 정자 수가 적고 움직임이 거의 없다는 말을 듣고선 그 전에 1년 2개월 동안 매달 배란일 등을 체크하러 다닌 부인에게 미안했다”고 회상했다. 실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여성 난임 진단자는 연평균 4.5% 상승한 반면 남성 난임 진단자는 12.7% 증가해 난임이 단순히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것을 보여준다.
무조건적 시술만 받기 전에 난임 상담이나 비만 및 흡연 예방 프로그램 등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홍성규 한국난임가족연합회 사무국장은 “식생활을 바꾸고 운동을 하거나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줄이면 임신이 훨씬 수월해지는데 이를 위한 상담이나 교육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앞에서 언급한 김 씨도 수영으로 4kg을 뺀 뒤 임신에 성공했다. 홍 사무국장은 “병원에서 생활습관이나 건강상태를 상담하고 시술로 넘어가는 방식을 취해야 효율적인 예산 집행과 임신 가능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늘어나는 ‘이른둥이’ 지원 절실
임신기간 37주를 못 채우고 나온 이른둥이(미숙아)의 수도 늘고 있다.
2003년 2만1997명이던 이른둥이는 지난해 2만8206명으로 늘었다. 이른둥이를 출산할 확률이 높은 35세 이상 고령 산모의 비율도 같은 기간 8.4%에서 20.2%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20대 산모의 이른둥이 출산 비율은 4.1%인 반면 35∼39세 산모는 7.1%, 40∼44세 산모의 이른둥이 출산 비율은 8.8%다.
이른둥이들은 달수를 채우고 나온 아이들에 비해 덜 성숙하고 면역력이 약해 폐렴이나 모세기관지염, 호흡곤란증후군 등 각종 질환에 걸리기 쉽다. 정부에서 이른둥이의 체중에 따라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 사업’이란 명목으로 최고 15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월평균 소득 150% 이하인 가구에만 제한적으로 지급해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