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노래방 무대에서 회사 어른들께 사랑받고 싶다면 ‘가요무대’(사진 위)와 ‘전국노래자랑’을 참고하자. 관객의 리액션을 보면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할지 감이 올 테니. KBS 제공
얼마 전 취재차 만난 한 트로트 가수의 절묘한 비유를 듣고 무릎을 쳤다. 장윤정 홍진영류의 핫한 트로트 스타부터 이미자 남진 같은 거물급까지 한자리에 모으는 KBS1 가요무대의 섭외력은 MBC ‘나는 가수다’ 못지않다. 전국을 돌며 숨은 노래꾼을 발굴하는 KBS1 전국노래자랑은 Mnet ‘슈퍼스타K’의 원조다.
순수하게 시청률만 보면 29년 된 가요무대와 34년 된 전국노래자랑은 나가수나 슈스케 이상이다. 최근 한 달간 두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은 각각 13%와 11%가 넘는다(닐슨코리아 자료). 2012년 방영된 ‘나가수2’는 한 번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현재 방영 중인 ‘슈스케6’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중장년층이라도 재미없으면 외면한다.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의 인기는 습관의 결과라기보다는 프로와 시청자 사이의 ‘의리’라고 하는 편이 맞지 않을까 싶다(혹 의리라는 말이 거슬리면 프로그램 충성도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겠다).
끈끈한 의리의 비결은 뭘까. 진행자 김동건과 송해의 역할이 한몫했다. 수십 년 지기 같은 이들은 매주 오프닝 혹은 클로징에서 전국의 시청자는 물론이고 ‘타지에서 고생하시는 해외 동포와 해외 근로자 여러분’까지 살뜰히 챙긴다. 딸뻘 되는 참가자로부터 “귀엽다”는 추파와 온갖 특산물 공세를 받는 여든 일곱의 송해는 휴일 정오에도 TV를 벗삼아야 하는 누군가에게 대리만족을 준다. “희망적인 생각을 하면 잠자리가 편해질 것”이라는 김동건의 인사는 연로한 시청자에게 자식 못지않은 위안이 될 것이다.
한결같음의 미덕, 장년 타깃은 두 프로가 비슷하지만 새 시청자 영입 전략 면에서는 가요무대가 한 수 위인 것 같다.
가요무대의 선곡은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다채롭다. 최근에는 재즈뮤지션 웅산과 윈터플레이, 인디 걸그룹 바버렛츠가 나와 각각 ‘밤안개’ ‘세월이 가면’ ‘노란셔츠의 사나이’를 불렀다. 정체된 전국노래자랑과 달리 가요무대의 시청률은 최근 1년간 상승했다. 17일 방송된 가요무대 1394회는 15.1%였다. 가장 최근에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14.5%)보다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