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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마저 등돌려… ‘왕따’ 푸틴 고립무원

입력 | 2014-11-19 03:00:00

“유럽 한복판서 있을 수 없는 일” 메르켈, 우크라사태 강력 비난
“서방이 新냉전 상황으로 몰고가” 푸틴은 獨TV 인터뷰서 날세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올해로 25주년인데, 누가 유럽 한복판에서 이런 일(우크라이나 사태)이 또 벌어지리라고 생각이나 했겠느냐.”(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러시아를 신(新)냉전 상황으로 몰고 간 책임은 바로 서방에 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독일과 러시아 정상이 지구촌 반대편에서 정면으로 부딪쳤다. 최근 호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서방 정상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푸틴 대통령이 밀접한 경제협력 관계에 있던 메르켈 총리에게까지 배척받으면서 사실상 완전히 고립되는 형국이다.

메르켈 총리는 17일 호주 시드니의 로위 국제정치연구소 초청 연설에서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 대러 제재에 조심스러워했던 메르켈 총리는 이날 작심한 듯 직설적으로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또한 몰도바, 조지아의 문제이며 세르비아와 다른 서쪽 발칸 국가들까지 걱정하도록 만든다”며 “국제법을 얕보는 낡은 사고방식이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연합과 미국의 대러 제재는 필요하다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 같은 언급은 G20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 전날 밤 4시간가량 회동한 뒤 나온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메르켈이 평소의 침착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푸틴을 강력히 비난했다”며 “실용주의적 독일이 언제나 핵심적 동맹이 되어줄 것이라는 푸틴의 착각이 박살났다”고 전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도 “메르켈 정부가 푸틴 정부를 ‘잠재적 파트너’가 아니라 ‘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G20 정상회의에서 서방 정상들에게 혼쭐이 난 푸틴 대통령은 독일 TV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의 책임을 서방에 돌렸다. 푸틴 대통령은 16일 방송된 독일 제1공영 ARDTV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모두를 전멸시키기를 원하느냐”고 반문한 뒤 “러시아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개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친러 반군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오늘날 세상에는 정당하다고 믿는 가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무기를 구할 수 있다”는 동문서답으로 즉답을 회피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으로 ‘연방화’를 재차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인구 4400만 명의 유럽 대국이지만 한 가지 결함이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안정적으로 번영하려면 언어가 다른 국민 저마다 각기 자기 땅이 고향처럼 느껴지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