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도 7·30 수원병 보궐선거 낙선 이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의 백련사 근처 토굴에서 살고 있다. 토굴은 5평 남짓 허름한 토담집으로 화장실도 변변찮고 샤워시설도 없다. 정계를 은퇴한 후 토굴을 찾아간 그를 두고 정치 재기를 위해 와신상담(臥薪嘗膽)을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강진은 새정치연합의 기반 지역인 호남에 속해 있다. 손 전 고문은 아침마다 백련사에서 다산초당까지 이어진 길을 산책한다. 다산 정약용이 걸었던 길이다.
▷손 전 고문이 새정치연합의 차기 지도부 선출에 관여할 생각이 전혀 없음은 확실한 것 같다. 그렇다고 그가 ‘큰 꿈’을 포기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을 탈당해 토양이 다른 새정치연합에서 두 차례나 당 대표를 지냈지만 두 차례 대선후보 경선에서 텃세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그런 그가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정계 은퇴를 번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손 전 고문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정치에서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 사람들도 토굴에 사는 그를 가만 놔둘 때인 것 같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