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 헌법 이야기] 제19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종교재단이 설립한 학교가 예배 등을 강요하는 게 부당하다며 2004년 1인 시위를 벌이는 고교생. 이 사건은 재판으로 이어졌다. 2010년 대법원은 학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동아일보DB
허완중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A 군은 B재단이 학생 개인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종교교육을 명목으로 특정 종교를 강제한다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B재단의 강제적인 종교교육으로 말미암아 A 군의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종교란 무한의 절대적·초월적 존재에 대한 내적 확신과 관련된 영역이다. 헌법은 인간의 내면적인 정신영역에서 개성신장을 돕는 수단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 종교의 자유는 종교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본권 중 하나이다. 그러나 종교 문제를 개인의 자유로운 결정에 맡기게 되기까지는 우여곡절과 긴 시간이 필요했다.
헌법 제20조 제2항이 국교를 부인하고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선언한 것도 이와 같은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한다. 국가는 특정 종교를 탄압해서도, 우대해서도 안 된다. 종교적 의식에 따라 국가의 행사를 진행하거나 종교적 교리를 정치에 반영할 목적으로 종교정당을 설립하는 것이 종교의 자유와 조화될 수 없는 이유이다.
종교의 자유는 신앙의 자유와 신앙을 실현하는 자유로 나눌 수 있다. 신앙의 자유는 개인이 신앙을 선택·변경하거나 포기하는 자유를 말한다.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도 신앙의 자유를 통해 보호된다. 신앙 실현의 자유는 종교적 교리와 확신에 따라 삶을 형성하고 신앙을 실천하는 자유다. 종교적 의식이나 종교선전, 종교교육, 종교적 집회와 결사 등을 보호하고, 자신의 종교적 확신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도록 강요받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1970년대 국기에 대한 경례를 우상숭배라며 거부한 여고생을 학교장이 학칙 위반으로 제적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제적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판결 내용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많은 법학자들이 “판결이 지나쳤다. 학칙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징계 중 가장 무거운 제적 처분을 내린 학교장의 행위가 과도하다”고 말하고 있다.
기독교재단인 B재단은 종교의 자유 일환으로 종교행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B재단이 실시하는 종교행사는 보편적인 교양을 내용으로 하는 종교교육이 아니라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의 교리를 기도, 설교 그리고 찬송 등의 방법으로 전파하는 종교행사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B재단이 행사에 참석하지 아니하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줌으로써 사실상 참석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A 군과 같이 기독교 신앙이 없는 학생들이 자기 선택에 따라서 종교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자유와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의식이라는 명목 아래 이루어지는 폭행이나 학대, 비과학적 치료행위, 인간 제물 등 반사회적이고 반인륜적인 행위는 보호되지 않는다. 인근 주민을 소음공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야간의 교회 종소리도 제한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이런 관점에서 “전쟁이나 테러 위험이 있는 지역에 선교 목적의 방문이나 체류를 금지한 것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사법시험이나 각종 국가시험의 시행일을 왜 일요일로만 정하느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요일로 정한 것도 시험 장소의 확보나 시험 관리에 필요한 인원의 소집을 위해 불가피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A 군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B재단이 설립한 고등학교에 강제 배정되었다. 이러한 학교배정제도에서는 아무리 종교이념에 입각하여 설립된 사립학교라고 하더라도 공교육의 역할을 다하여야 한다. 그래서 국가는 사립학교에도 보조금을 준다. 따라서 B재단은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고려해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믿는 학생들을 위한 대안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다.
허완중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