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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적인 사전 접촉’이 FA 몸값 높인다

입력 | 2014-11-21 06:40:00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 탬퍼링 징계사유
“매년 반복되고 있다” 규정어겨 FA시장 과열

FA(프리에이전트) 제도는 구단들에게도 기회다. 돈만 충분하다면, 그동안 부러워만 했던 다른 구단 선수를 정식으로 데려올 수 있다. 다만 영입 가능한 외부 FA의 인원이 제한돼 있고, 무엇보다 FA 선수의 원 소속구단이 일주일 동안 우선 협상권을 갖는다. 이 기간이 끝나기 전에 다른 구단 FA에게 미리 접근하면 탬퍼링(사전 접촉)으로 무거운 징계를 받는다.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탬퍼링에 걸린 구단은 없었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 매년 탬퍼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야구계 정설이다.

사상 최대의 FA 시장이 열린 올해 스토브리그도 마찬가지다. 시즌 중반 단장회의에서 “탬퍼링 적발 시 징계를 강화하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알려졌지만, 벌써부터 이런저런 소문이 파다하다. ‘누구는 시즌 도중에 이미 현 소속팀과 가계약을 했다’, ‘누구는 어떤 구단이 노리다가 너무 몸값이 높아 포기했다’와 같은 ‘설’들이다. 최근 수 년 간, 소문들 가운데 상당 부분이 결국은 사실로 드러났던 전례도 있다. 원하는 선수를 뺏길까봐 마음 급해진 구단들이 물밑에서 몰래 규정을 어겨왔고, 결국 FA 시장을 과열시킨 것이다.

이제 구단들은 우선협상 테이블에 앉은 선수의 눈빛이나 태도만 봐도 상황을 짐작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충분히 높은 금액을 제시해도 선수가 얘기조차 들으려 하지 않을 때가 있다. 심지어 ‘원하는 액수를 맞춰주겠다’고 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며 “이런 경우 99%는 이미 다른 구단과 얘기가 끝난 상황일 때가 많다”고 귀띔했다. FA 선수들은 늘 시장 상황에 귀를 쫑긋 세운다. 서로 분위기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정보가 돌고 돈다. 그러나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적발 자체가 어렵다.

물론 의혹은 늘 따라 붙는다. 우선협상기간이 끝나자마자 FA 이적 계약이 발표될 때는 더 그렇다. 그래서 구단들은 그럴듯한 사연을 덧입혀 의심을 덮으려 애쓴다. 예전부터 가장 많은 구단들이 사용했던 카드는 ‘새벽의 정성과 감동’ 스토리다. “우선협상기간이 끝나자마자 선수가 있는 곳으로 새벽길을 달려가 계약을 성사시켰다”거나, “자정이 지나자마자 밤 12시 1분에 선수의 집 초인종을 눌러 ‘꼭 우리 구단에 와 달라’고 읍소했다”와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룬다. 당연히 선수들도 “나를 진정으로 원하는 구단의 진심이 느껴져 바로 도장을 찍었다”고 입을 맞춘다. 그러나 요즘처럼 눈치작전이 치열한 시대에 이런 계약은 결코 쉽지 않다. 선수들은 구단의 ‘진심’이 아닌 ‘제시액’에 감동해야 계약서에 사인한다. 다들 알면서도 그냥 눈을 감을 뿐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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