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선진국의 조건은 1인당 국민소득만이 아닌 품격있는 국민의식과 정치문화 정치권, 특권 내려놓기 실천하고 공무원연금 등 개혁 앞장서야 기업도 사회적 책임 힘쓰고 국민은 성숙한 시민의식 키우자
전광우 객원논설위원 연세대 석좌교수
반세기 전 ‘6일 전쟁’을 대승리로 이끈 전설적 영웅 모세 다얀 장군의 말이다. 당시 군사력에서 크게 열세였던 이스라엘이 아랍연합군을 단시간에 물리쳤던 역사의 교훈이며 ‘자기희생과 솔선수범의 헌신적 리더십’이 나라를 살린다는 경구(警句)다.
지난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극명하게 보여주듯이 세계 정치경제의 패권 경쟁은 날로 더 치열해지고 있다. 강(强)달러-엔저(低)로 촉발된 통화전쟁은 가열되고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에 따른 신(新)화폐 시대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주 시작된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거래)은 새로운 국제 금융투자 다변화 체제를 예고한다.
“진정한 선진국은 국내총생산(GDP)이나 1인당소득과 같은 숫자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식과 정치문화 수준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서두르던 20년 전 해외에서 만났던 저명 학자의 말이다. 경제력이 선진국의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건전한 정신문화라는 소프트웨어가 잘 갖춰져야 선진국이다. 글로벌 경제전쟁에서의 생존과 선진사회 구축을 위한 의식 인프라의 개선과제를 생각해 본다.
첫째, 정치권의 의식 수준이다. 국가재정의 미래가 달린 최대 현안은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연금 개혁의 불가피성과 시급성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다만 개혁의 성공은 개혁 주체의 도덕적 권위와 국민적 공감대라는 동력을 필요로 하고 여야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고통 분담에 앞장서야 가능하다. 작금의 남유럽 재정위기나 20세기 초 세계 10대 선진국이었던 아르헨티나의 쇠락은 무절제한 포퓰리즘의 종말을 보여준다. 국민 70%가 지지하는 선별적 복지가 바른 길이다. 정치 공약의 자금 지원을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한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국민연금기금은 2000만 가입자의 노후가 달려 있는 ‘주인 있는 돈’이다.
둘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기업의 존재 가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민생경제의 지속 성장을 견인하는 데 있다.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더욱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이 요구된다. 사회책임투자 확대와 사회적 기업 육성도 바람직하다. 나아가 소득 불균형 완화를 위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확산이 중요하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의 통 큰 기부에 이어 최근 상장(IPO)으로 대박을 낸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까지 부의 사회 환원을 추진하고 있다. 존경받는 기업인과 재력가가 많아져야 국가 미래가 밝다.
셋째, 국민 모두의 시민의식이다. 법질서를 지키고 남을 배려하는 성숙한 문화가 핵심이다. 후진적 안전사고 예방도 안전의식에서 출발한다. ‘품격의 품(品)자는 입 구(口)자가 세 개’라는 표현처럼 국격은 말의 품격에 달려 있다.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풍토에서 선진문화란 없다. 선·후진국을 구분하는 쉬운 방법이 있다. 대체로 ‘감사와 미안’이란 소리를 자주 하면 선진국, 반대는 후진국이다. 경제 수준에 비해 우리는 이 두 마디에 매우 인색한 나라다. 감사나 미안한 마음 없이 국민 행복과 화합은 어렵다. 호화결혼 등 사회 전반의 허례허식도 변해야 할 구습이다.
전광우 객원논설위원 연세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