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동아스마트금융박람회]
그러나 아쉽게도 이들과 경쟁해야 할 국내 정보통신·벤처기업, 금융회사들은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산분리 등 반(反)시장적 규제가 여전한 데다 핀테크가 뿌리내릴 수 있는 벤처 생태계도 척박하다. 더 큰 문제는 금융산업 자체가 낙후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은 세계 80위로 후진국인 케냐, 네팔보다 낮다. 필자는 이런 상황이 한국 금융업은 물론이고 국가의 존립마저 흔들 수 있는 위기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의 핀테크 열풍이 ‘와해성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튠스 사례가 이와 비슷하다. 애플은 CD 1장에 여러 곡이 한꺼번에 팔리던 음반 패러다임을 바꿔 0.99달러에 한 곡을 파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 음반업체들은 모두 영세업자로 전락했고 애플은 디지털 음반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했다. 핀테크가 갖는 ‘와해성’도 이와 비슷하다. 기존 금융시장은 와해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금융업은 지금 당장 변신하지 않으면 외국의 거대 핀테크 자본에 의해 금융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금융업이 무너지면 나라 경제가 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국가적 위기다. 늦은 감은 있지만 당국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나둘씩 하기 시작했다. 성과를 기대해본다.
이영환 건국대 IT금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