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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경쟁력 세계 80위, 한국 금융업 ‘빨간불’

입력 | 2014-11-21 03:00:00

[2014 동아스마트금융박람회]




중국 알리바바는 ‘알리페이’에 충전된 자금을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출시 1년 만에 상품 가입자가 1억 명에 육박하는 놀라운 성과가 나왔다. 이에 고무된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에 은행 설립 허가를 내주며 이제 ‘핀테크 은행’이 출현할 수 있는 기반까지 만들었다. 다른 해외 기업들도 신성장동력인 핀테크에 투자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들과 경쟁해야 할 국내 정보통신·벤처기업, 금융회사들은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산분리 등 반(反)시장적 규제가 여전한 데다 핀테크가 뿌리내릴 수 있는 벤처 생태계도 척박하다. 더 큰 문제는 금융산업 자체가 낙후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은 세계 80위로 후진국인 케냐, 네팔보다 낮다. 필자는 이런 상황이 한국 금융업은 물론이고 국가의 존립마저 흔들 수 있는 위기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의 핀테크 열풍이 ‘와해성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튠스 사례가 이와 비슷하다. 애플은 CD 1장에 여러 곡이 한꺼번에 팔리던 음반 패러다임을 바꿔 0.99달러에 한 곡을 파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 음반업체들은 모두 영세업자로 전락했고 애플은 디지털 음반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했다. 핀테크가 갖는 ‘와해성’도 이와 비슷하다. 기존 금융시장은 와해될 가능성이 크다.

또 대부분의 하이테크 시장처럼 ‘승자 독식’ 현상이 보인다는 점이다. 국내 핀테크 기업들은 미처 대응을 시작하기도 전에 애플에 밀렸고 알리바바에 추월당했다. 이런 마당에 글로벌 시장은 고사하고 국내 시장 방어라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규제다. 핀테크 기업의 창조성과 다양성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규제가 풀려야 한다.

한국의 금융업은 지금 당장 변신하지 않으면 외국의 거대 핀테크 자본에 의해 금융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금융업이 무너지면 나라 경제가 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국가적 위기다. 늦은 감은 있지만 당국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나둘씩 하기 시작했다. 성과를 기대해본다.

이영환 건국대 IT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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