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와 동덕여대 총학생회의 미팅 이벤트를 알리는 SNS 홍보물. 건국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자유롭게 홀로 지내던 솔로들은 이 시즌이 되면 너 나 할 것 없이 주변 친구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기 시작합니다. 크리스마스에다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대목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소개팅, 미팅 상대를 구해야 할 테니까요. 구인광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내려보는데 한 여성이 올린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네트워크 FA 시장’이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었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여동생의 소개팅 상대를 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남성이 “셀프 추천 가능한가요?”라는 댓글을 달며 도전의 뜻을 밝혔습니다. “주변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는 글도 달렸습니다. 사진이 공개된 주인공이 댓글을 달며 수면으로 나타나자 남성 5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화답했습니다.
이걸로 끝난 게 아닙니다. “그래서 제 소개팅은 언젠가요?”라며 또 다른 소개팅을 부탁하는 민원도 이어졌습니다. 한 뼘 남짓한 스마트폰 화면에 담긴 SNS 공간은 순식간에 소개팅을 하는 레스토랑, 카페로 변했습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건국대와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실시한 미팅 이벤트도 SNS상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위한 100:100 미팅’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벤트는 같은 성별의 4명으로 구성된 1팀이 자신들이 원하는 스타일, 전공 등을 적어 보내면 주최 측이 어울릴 것 같은 이성 팀을 연결해 카카오톡으로 미팅 장소에 대한 힌트를 주는 방식입니다.
이 행사는 원래 건국대 학생회가 자체적으로 구상했다고 합니다. 남성이 몰리면서 전체 지원자의 90%에까지 이르자 난항을 겪었지요. 이 소식을 들은 동덕여대가 동참하면서 숨통을 틔웠습니다. 성비가 맞게 됐다는 소식이 퍼져 지원자도 늘어났습니다. 애초 남성 100명, 여성 100명으로 계획했던 참가 인원을 각각 220명으로 늘려야 할 정도였습니다. 특히 이성 팀을 만나 인증샷을 찍으면 선착순 2개 팀에 한해 5만 원의 데이트 비용을 지원해 준다는 내용이 전해지자 경쟁 아닌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SNS가 있기에 가능한 즐거움들입니다.
FA가 자신이 원하는 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고대하던 자유계약의 기회를 좋은 때를 놓쳐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선수도 적지 않습니다. 연말이라는 좋은 때를 만난 주변의 많은 FA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원하는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봅니다. 아, 그전에 문득 마음의 소리가 들려오네요. “네 코가 석 자”라고.
강홍구 사회부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