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민간 도정참여’ 우려 “정책 밀어붙이기에 악용할수도”… 관련조례 의회 통과 불투명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선거공약이자 도정 방침인 ‘협치’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협치는 관(官) 주도의 행정을 탈피해 민간의 참여를 대폭 늘리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협치를 추진하는 위원회가 도지사의 사조직으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 지사는 20일 도의회에서 “관 주도의 일방적 구도를 바꿔 민간의 아이디어를 집행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협치다. 연정과는 다른 개념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위성곤 의원은 “공직자들 사이에 협치는 지사가 하고 우리는 따라가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협치는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것인데 실제 일의 진행상황은 그렇지 않고 지사 혼자 권력을 휘두른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고 지적했다.
손유원 의원은 “협치를 행정에 처음 도입하는 것이 원 지사와 남경필 경기지사라고 보는데, 경기도는 인구가 많고 토박이보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이 더 많으며 의회도 여소야대로 구성되는 등 제주와 상황이 다르다. 협치위원회 조례안을 보면 도지사는 협치위원회 결정사항을 정책 수립 및 추진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이는 준(準) 강제조항이다. 조례의 근거는 지방자치법의 자문기구인데, 자문이라는 말이 강제성을 가질 수 있느냐”고 따졌다.
원 지사는 “제주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일방적으로 관이 주도하는 구조를 바꿔 제도화되지 않은 민간의 아이디어를 제주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민관 협치를 추진하고 있다. 자문 역할만 맡아온 민간에 책임과 권한을 주는 것이 협치의 방법이다. 지사의 권한을 민간과 나누고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집행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도의회와 집행권, 정책수립 권한을 나누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의회가 집행에 참여하는 것은 의원내각제이며 협치는 이와는 다른 개념이다. 의회가 집행에 참여하면 독립성이 훼손되며 삼권분립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제주도는 협치위원회 관련 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협치위원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위원들에게 수당을 지급했다가 말썽을 빚었다. 원 지사는 “협치위원회 관련 조례가 제정되지 않는다면 현행 정책자문위원 운영 조례의 틀 안에서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검토 결과를 도정에 반영하는 낮은 단계의 협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