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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최태원의 ‘옥중 모색’

입력 | 2014-11-22 03:00:00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옥중에서 집필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란 책을 펴냈다. 공익성과 사업성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는 사회적 기업이 빈곤층이나 장애인 지원 같은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을 얼마나 하는지 평가한 뒤 그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주자는 내용이다. 책이 출간되자 “계열사 출자금을 파생상품 투자에 사용해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된 재벌 총수가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과 함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진정성을 평가하는 목소리가 엇갈렸다.

▷지난해 2월 개설된 KAIST의 사회적 기업가 경영학석사(MBA) 과정도 최 회장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KAIST 사회적 기업가센터에 ‘사회적 기업가 창업지원기금’(최태원 펀드) 100억 원을 기부했다. 2년간 장학금으로 공부한 뒤 내년 2월 졸업하는 1기생들은 1인당 5000만∼1억 원의 창업 투자금을 기금에서 지원받는다.

▷최 회장은 2013년 1월 말 법정 구속돼 1년 10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10대 그룹 총수로서는 사상 최장기 복역 기록을 매일 경신하는 중이다. 과거 비리 정치인들이 종종 활용하던 병보석이나 형 집행 정지 같은 혜택을 받은 적도 없다. 한때 사면이나 가석방론이 제기됐지만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최 회장 사면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SK그룹은 요즘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상당수 계열사의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경영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총수의 장기 부재(不在)도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다. 최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을 책임진 김창근 회장은 12일 “외부환경의 변화가 극심한 지금 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사업 게임의 틀을 바꾸는 일은 온전히 오너의 몫”이라고 말했다. 잘못을 저지른 기업인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 회장은 형기의 절반 가까이 수감 생활을 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를 계속 교도소 안에 두는 것과 내보냈을 때의 종합적인 득실을 비교하고 고민해 볼 시점이 된 것 같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