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2015년 부동산 경기 上高下低… 틈새시장 주목”

입력 | 2014-11-24 03:00:00

[여기자3人이 떴다 부동산 이슈 토크]
<5>42년간 주택건축 한우물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대형 건설회사의 각축장인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 처음으로 수주에 성공해 부동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반도건설의 권홍사 회장을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반도건설 서울사무소에서 동아일보 부동산팀 여기자 3인이 만났다. 왼쪽부터 홍수영 기자, 권 회장, 김현진, 김현지 기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아파트 브랜드 ‘반도유보라’로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중견 건설사 반도건설은 올해 아파트 7000여 채를 분양했습니다. 연간 분양 물량 기준으로 1980년 반도건설 창립 이래 가장 많은 물량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부동산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많은 중견 건설사들이 무너졌지만 반도건설은 해외 진출에 성공하는 등 사세를 확장했습니다. 새로운 비상을 꿈꾸는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반도건설 서울사무소에서 만났습니다. 》

권 회장은 42년간 주택건설에 매진해 온 건설인입니다. 그의 주택사업 성공 비결은 ‘특화 상품’입니다. 2011년 김포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2차’ 전용 59m²에 국내 첫 4.5베이(정면 발코니 쪽으로 방 3개와 거실, 안방 화장실까지 일렬 배치)를 도입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와 손잡고 세종시 ‘카림애비뉴 세종’,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카림애비뉴 동탄’ 등 차별화된 상가 디자인을 선보여 부동산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내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아파트를 짓겠다는 다짐에서 큰딸 이름인 ‘보라’를 브랜드 이름으로 붙였다”는 그에게는 주택에서만큼은 최고 소리를 듣겠다는 고집이 있습니다.

―내년 부동산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내년 상반기는 지금 이상으로 좋아질 것이고, 하반기는 열기가 조금 떨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은 기존 집들은 팔려고 내놓아도 잘 안 팔리고 신규 분양 아파트만 팔리는 상황입니다. 평면도 좋고 주변 시세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 분양가도 조금 더 올라가게 되고, 그때부터는 기존 아파트 매매가 또 이루어질 것입니다. 기존 아파트가 품질 대비 가격에서 신규 아파트를 앞서게 될 테니까요.”

―전세금이 매매가의 70%에 육박했다. 주택 시장에 미칠 영향은….

“본보기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전세 메뚜기에 지친다’, ‘이제는 내 집을 마련하고 싶다’입니다. 그만큼 이사 스트레스가 많고 주거 안정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의미지요. 실제로 구매를 하지 않는 고객들도 내 집 마련에 대한 관심은 많다고 봅니다. 집이 자산의 대부분인 사람들이 많아서 신중해질 수밖에 없지만 내 집 마련 수요는 꾸준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서울에서 처음으로 재건축 사업 수주(강서구 등촌1구역 재건축)에 성공했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까지 ‘신도시 강자’로 쌓아온 노하우를 가지고 도시정비사업에서 승부를 볼 겁니다. 요새 재개발 재건축 조합원들이 메이저 브랜드만 찾는데, 잘못된 생각이에요. 전문 영역은 회사마다 따로 있어요. 반도건설은 주택 전문이고요. 등촌1구역 재건축 사업 수주는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경기 불황이 몇 년째 지속되면서 많은 중견 건설사들이 무너졌다. 반도건설이 살아남은 비결은….


“건설경기는 5∼7년 주기로 좋아졌다 힘들어지기를 반복합니다. 힘들 때 징검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고비를 넘기면 그 다음 5∼7년은 좋습니다. 상황에 따라 말을 빨리빨리 갈아타야지요. 제때 말을 못 갈아타면 도산하고요. 이런 면에서 회사 포트폴리오는 토목과 주택을 반반씩 가져가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야 (주택건축) 한우물을 팠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것은 소비자가 원하는 집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소형 평형 아파트에서는 수납공간을 늘리고 교육시설이 부족한 지방 분양단지에 학습관을 지어준다든지 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은….

“2011년에 준공한 ‘두바이 유보라 타워’ 사업입니다. 용지 매입부터 자금 조달, 시공, 분양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개발 과정을 총괄했는데 너무 고생했어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거예요. 예상 수익금이 8000억 원인데 3000억 원을 못 받았습니다. 이 돈은 공사가 끝난 지 2년 뒤인 지난해부터 회수를 해 지금은 거의 다 정리했습니다. 두바이 유보라 타워는 제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험이 되었고, 앞으로 진행할 해외 사업에도 큰 자산이 되었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도 고생을 많이 해서 두바이에 다시 갈 엄두가 나지 않네요(웃음).”

―집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앞으로 주택건설이 살아갈 길은….

“시대가 달라져도 집은 ‘사는(Living) 집’이자 ‘사는(Buying) 집’이죠. 거주 목적과 투자 목적 모두 있다는 얘기입니다. 예전에는 ‘사야 하는 집’이라는 생각이 강했다면 지금은 ‘살고 싶은 집’으로 변하고 있다는 게 차이입니다. 물량은 적더라도 전문적으로 짓는 회사가 필요합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계속 연구해야 하고요. 중견 건설사가 힘들다고들 하는데,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연구하면 살 방법이 나오는 법입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