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임수 경제부 기자
얼마 전까지 서울 명동 거리 곳곳은 이렇게 적힌 중국어 광고로 뒤덮여 있었다. 명동 지하철역과 지하상가 입구는 벽면 전체가 이 광고로 도배됐을 정도였다.
중국의 전자결제업체인 알리페이(支付보)가 한국에 여행 온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낸 광고였다. 중국인이 한국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알리페이로 결제하면 자동으로 세금 환급 신청까지 되는 서비스를 내놓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신용도를 평가한 뒤 대출해주는 ‘알리파이낸스’도 운영한다. 또 지난해 6월엔 고객이 알리페이에 충전한 돈을 굴려 수익을 내는 온라인펀드 ‘위어바오’를 선보였다. 위어바오는 1년 만에 가입자 1억 명, 가입금액 약 93조 원을 끌어모아 세계 머니마켓펀드(MMF) 4위에 올랐다. 알리바바는 조만간 인터넷전문은행도 설립할 예정이다.
금융후진국으로 여겨지던 중국은 요즘 세계적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혁명의 물결에서 이처럼 앞서 있다. 후강퉁 등 금융시장 개방, 위안화 국제화에 핀테크 혁명이 맞물리면 엄청난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에서도 핀테크가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9월에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에 이어 최근엔 16개 은행과 손잡고 소액결제 및 송금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를 선보였다. 20∼22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2014 동아스마트금융 박람회’에서도 금융과 정보기술(IT)이 결합된 각종 신상품과 서비스가 전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국내 핀테크 산업이 중국과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번 박람회에서 강사로 나선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정부가 화끈하게 규제를 푼 덕에 중국에는 금융과 IT가 융합된 완벽한 생태계가 구성됐다”면서 “한국은 시대에 뒤처진 규제, 시스템에 묶여 많은 걸 놓치고 있으며, 특히 금산분리라는 ‘마패’ 하나면 모든 게 끝”이라고 꼬집었다. IT기업 등 비(非)금융회사의 금융시장 공습을 경계하면서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는 금융회사들도 문제로 지적된다.
알리바바가 10조 원의 경이적 매출을 올린 11월 11일, 빼빼로 과자만 떠올리는 마인드로는 한국 핀테크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