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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12년, 하나의 이야기처럼 엮다

입력 | 2014-11-25 03:00:00

건축가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건축하기 전/후’展




서울 서초구의 고급 오피스텔 ‘부티크 모나코’(2008년). 금싸라기 땅 위에 건폐율을 과감히 덜어낸 건물을 올렸다. 설계자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는 내부 공간의 관계 맺음과 저층부 구조, 창호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길은 박력 있는 외관에 쏠렸다. ⓒ신경섭

올해 6월 이탈리아 베네치아 건축비엔날레에서 한국인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인물.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48)의 이름값은 우선 그것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상이 그를 변화시키지는 않았다. 비엔날레 훨씬 전에도 조 대표의 건축은 늘 자신만만했다. 내년 2월 1일까지 서울 중구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개인전 ‘매스스터디스 건축하기 전/후’를 여는 그는 한 올 흐트러짐 없이 매끈하게 다듬은 머리를 살짝 갸웃하며 말했다.

“29년 전 대학에서 건축 공부를 시작했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조금도 다르지 않다. 내가 약간 망상적이라는 것, 그래서 조금쯤 세상과 겉돈다는 것은 물론 알고 있다.”

‘전(before)’ 전시실 도면과 모형 앞에 선 조민석 대표는 “국지전에서 승리하지 못한 바둑돌처럼, 실현되지못한 프로젝트의 기록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플라토 제공

그러나 얄미울 정도로 매력 넘치는 조 대표의 건축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이번 전시는 공간을 구상하고 구체적 계획을 빚어내는 설계사무소 업무 현장을 극화(劇化)한 ‘전(before)’ 전시실, 공사가 끝나 건축가의 손을 떠난 건물이 세상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변화하는 양상을 모은 ‘후(after)’ 전시실로 나눴다. 자신 또는 자신이 가진 것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그의 능력을 확인시킨다. 그리고 한편으로, 조 대표가 드러내기에만 매달리지 않았음도 깨닫게 한다.

“서초구 오피스텔 부티크 모나코의 외관을 보고 ‘표피 디자인에 치중했다’고 하면 곤란하다. 나는 절대 입면 장난을 하지 않는다. 당시 건축주의 첫 요구는 완성된 도면에서 껍데기만 바꿔달라는 거였다. 당연히 거절했다. 평면과 단면을 모두 재구성한다는 약속을 받고 착수했다. 저층부 사선 구조물은 하중을 지탱하면서 최대한 넓은 공간을 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그 모양만 베껴 만들고 이상한 상업적 수사를 붙인 건물이 뒤따라 여기저기 세워졌다.”

전시는 매스스터디스의 12년 작업을 하나의 스토리텔링처럼 엮었다. 조 대표는 한 건물과 관련된 전 과정을 완결된 퍼포먼스로 봤다. 그 퍼포먼스 하나하나가 어떤 개별 논리를 구축하며 설계사무소의 전반적 작업을 진화시켜 왔는지 궤적을 그리려 한 것이다. “각 프로젝트의 흐름이 하나의 우주를 만들었다”는 그의 설명에 선뜻 고개 끄덕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런 식의 건축 전시가 또 있었나’ 돌아보게 한다.

“각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어떻게 가지를 치고 발전했는지 확인하려 했다. 전시 안내 책자에 하이라이트 10개를 박아 넣은 건 미술관 측 요청이다. 내게는 지금까지 둔 바둑을 복기하는 작업이 중요했다.”

경기 파주 ‘픽셀하우스’(2003년) 전시물 중에는 그 집에서 성장한 건축주 자녀의 사진이 있다. 보기 드물게 환한 웃음이다. 덧붙인 글은 없다. 조 대표 말대로 “집 덕분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건축은 전시처럼 불친절하다. 그는 자신만의 고유한 디자인 언어에 무관심하다. ‘유선형의 자하 하디드’ 식으로 규정해 설명하는 것을 질색한다. 그렇기에 틀림없이 흥미롭다. 1577-7595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