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과 다이아몬드는 전혀 다른 물질 같지만 순수한 탄소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선 같다. 원자들이 결합하는 형태가 다를 뿐이다. 지구상에서 생명의 근원은 탄소다. 유전 정보가 담긴 DNA는 탄소 화합물이다. 광합성, 호흡과 같은 생명 현상은 탄소로 만들어진 유기물에 의해 이뤄진다. 태양 에너지도 탄소를 촉매로 하는 핵융합 반응으로 형성된다. 18세기 이후 산업문명도 석탄과 석유에 포함된 탄소가 가능하게 했다.
▷탄소는 기후 변화의 주범이라는 이유로 현대 사회에서 완전히 매도당하는 원소가 됐다.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 성장’이라는 슬로건 아래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것을 경제정책 방향으로 설정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탄소 처지에서 보자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탄소를 이용해 잘 먹고 잘산 것은 인간이었는데 이제 와서 탄소를 인간 생존을 위협하는 악(惡)으로 취급한단 말인가.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는 탄소의 가치를 재발견하자며 탄소문화원을 만들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