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지난해 한국에 온 아가메즈의 이름 앞에는 ‘세계 3대 공격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말 그대로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선수였다. 그를 낙점했던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이전부터 해외리그에서 인정받은 선수를 선호했다. 2010∼2011시즌에 이 팀에서 뛰었던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소토 역시 이름값에서는 당시 견줄 선수가 없었다. 그런 소토가 정규시즌에서 부진하자 김 감독은 “소토는 최고의 외국인 선수다. 세터와 호흡이 잘 맞지 않았을 뿐”이라며 감쌌지만 소토는 끝까지 제 몫을 하지 못했고 현대캐피탈은 프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그해 포스트시즌에서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을 잇달아 꺾고 정상에 올랐던 삼성화재의 외국인 선수는 캐나다 출신의 가빈이었다. 2009년 한국에 온 가빈은 그리스와 프랑스 리그에서 뛰긴 했지만 소토와 비교하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선수였다. 농구를 하다 2004년 배구로 종목을 바꾼 가빈은 2007년 현대캐피탈에서 3주에 걸쳐 테스트를 받고도 뽑히지 못한 아픔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성적만 보면 가빈이 소토보다 몇 수 위였다.
올 시즌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도 명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SK가 영입한 스캇은 메이저리그에서만 9시즌 동안 135홈런을 때렸던 거물급이었지만 툭하면 부상을 이유로 출전선수 명단에서 빠졌고 감독을 상대로 ‘항명 파동’까지 일으킨 뒤 7월에 퇴출됐다.
명성보다 인성이 중요한 분야가 어디 스포츠뿐이랴. 좋은 대학 나왔다고, 스펙이 뛰어나다고 뽑은 인재가 조직에 적응 못하고 떠나는 사례는 흔하다. 한 술 더 떠 조직의 인화(人和)를 해치는 인재도 있다. 언제 어디서든, 인사는 만사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