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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꺾이고, 제작비 치솟고, 우수인력 새고… ‘3重苦’ 허덕

입력 | 2014-11-26 03:00:00

[긴급진단] 불황의 지상파 드라마<상> 그림자 드리운 제작 환경





《지상파 드라마가 위기다. 진부하거나 막장이거나 둘 중 하나인 식상한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시청률이 잘 나와도 배우와 작가들의 몸값이 치솟아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정체 상태인 국내 드라마 시장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했던 해외 시장으로의 수출 전망도 어둡다. 이대로라면 드라마 시장이 장기 불황에 빠져들게 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인 한류 상품인 드라마는 왜 실적 부진을 겪게 됐을까. 불황의 문턱에 선 드라마 시장을 3회에 걸쳐 진단했다.》

지상파가 오후 10시 황금시간대에 내보내는 미니시리즈들이 잇따른 흥행 부진과 소재 고갈에 시달리고 있다. KBS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는 원작 만화의 인기에도 시청률이 5∼6%대에 머물러 있고, 같은 시간대 1위 드라마인 MBC ‘오만과 편견’은 11%를 겨우 넘겼다. 한석규 이제훈 김유정이 출연해 기대를 모은 이 시간대 SBS의 ‘비밀의 문’도 시청률이 5%대로 떨어졌다(위쪽 사진부터). KBS·MBC·SBS 제공

“드라마 편성 비중을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

드라마 한 편 잘 띄워 1년을 먹고살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상파 국장급 관계자의 하소연은 격세지감이 들게 한다.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는 황금시간대인 평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미니시리즈에서 두드러진다. 높은 시청률과 참신한 소재로 한류 열풍을 견인했던 장르다. 그러나 올해 1∼10월 이 시간대 지상파 3사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 합계는 31.3%로 2010년(48.8%)보다 17.5%포인트나 떨어졌다. 채널별로는 KBS가 2010년 18.2%에서 올해 7.7%로 하락폭이 가장 컸다.(닐슨코리아 자료)

짱짱한 원작이나 스타 배우로도 흥행을 보장할 수 없다. 일본의 인기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가 원작인 KBS ‘내일도 칸타빌레’는 시청률이 5∼6%대다. SBS ‘비밀의 문’은 ‘불멸의 이순신’의 윤선주 작가가 쓰고 한석규, 이제훈이 출연하지만 5%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히트시켰던 배우 이종석과 박혜련 작가의 SBS ‘피노키오’ 역시 10%를 간신히 넘겼다. 그나마 볼만하다는 MBC ‘오만과 편견’도 11%대를 못 넘기고 있다.

시청률 하락은 광고 판매 부진으로 이어진다. 올해 3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지난해 드라마 회당 평균 제작비는 △KBS 3억6700만 원 △MBC 4억2200만 원 △SBS 3억6000만 원이었다. 하지만 2012, 2013년 드라마 회당 평균 광고 판매 수익은 약 3억2000만 원이었다. 회당 수천만 원의 적자가 나는 셈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미니시리즈의 프로그램 광고가 예년에 비해 30∼40%밖에 유치가 안 된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한류 배우와 스타 작가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송승헌과 장동건은 출연료가 회당 8000만∼1억 원 이상이다. 일본과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박유천은 MBC ‘보고 싶다’(2013년)에서 1억5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주가가 높은 이민호의 몸값도 회당 1억 원에서 시작한다. 한류 열풍이 드라마 시장을 키우는 한편 제작비 상승이라는 역효과도 내고 있는 것이다. 해외 시장으로 진출한 톱스타들의 자리를 메우는 주연급 배우들의 몸값도 덩달아 뛰었다. KBS ‘굿닥터’(2013년)에서 회당 약 2000만 원을 받았던 주원은 KBS ‘내일도…’에선 6000만 원을, SBS ‘미녀의 탄생’에 출연 중인 주상욱은 전작에 비해 2배가량 오른 약 3000만 원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년)과 SBS ‘별에서 온 그대’(2014년)를 잇달아 히트시킨 박지은 작가는 회당 원고료가 4500만 원까지 뛰었고, 차기작은 회당 1억 원까지 부르는 곳이 있다.

시청률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스타 배우와 작가에만 의존하는 지상파 드라마는 콘텐츠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 시청률이 더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한 지상파 드라마 PD는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방송사들은 더욱 보수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신인을 기용한 새로운 기획은 먹히지 않고, 엇비슷한 기획에 스타 한두 명 꽂아서 제작하는 드라마만 양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스타 작가와 연출자를 포함해 제작 인력들이 중국으로 빠져나가면서 국내 드라마 업계의 ‘인력 공동화 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중국이 국내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통째로 수입해가고 있지만 국내의 신인 작가, 연출자 육성 시스템은 무너진 상태”라며 “이러다간 예전 외화를 수입해 방송하던 시절처럼 우리가 중국 드라마를 수입해 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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