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류… 수출도 빨간불
최근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 회당 28만 달러에 팔린 ‘피노키오’. 내년 4월 온라인 심의를 앞두고 중국 특수의 막차를 탔다. SBS 캡처
지상파 드라마 제작자들의 한숨이 깊어진 데는 수출 시장 불황도 한몫했다. 한류는 드라마 제작자들에겐 기회이자 독(毒)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와 ‘대장금’의 해외 흥행 이후 수출 의존도가 높아진 국내 드라마 시장은 끊임없이 제작비를 늘리며 몸집을 부풀려 왔다.
그러나 국내 방송 수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 시장의 침체는 드라마 산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내 국내 드라마 판권 판매액은 2012년 KBS ‘사랑비’가 회당 40만 달러(약 4억5000만 원)에 팔리며 가격 정점을 찍은 후 지금은 ‘반 토막’이 났다. 이제 한류 스타가 나오는 드라마조차 회당 20만 달러(약 2억2000만 원)를 넘기지 못한다. 일본의 한국 드라마 수입 업체인 어크로스 박태규 대표는 “한일관계 악화로 한국 드라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예전엔 한국 드라마가 나오는 즉시 판권을 샀지만 요즘에는 많이 고르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 수출 특수도 ‘끝물’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중국 정부는 내년 4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방영되는 해외 드라마와 영화의 편수를 전체 동영상의 30%로 제한하고, 이에 대한 사전심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는 중국 정부 심의와 쿼터 제한이 없는 온라인을 통해 인기를 얻었지만 내년 4월 이후 방송되는 드라마는 이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드라마 제작사인 그룹에이트 송병준 대표는 “한국에서 먼저 방송이 되고 사전심의 기간이 길어질 경우 해적판이 돌 확률이 높다.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규제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은 드라마 가격이나 간접광고(PPL) 등에 영향을 준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의 온라인 사전심의 계획이 발표된 직후인 올 9월에 판매된 KBS ‘아이언맨’의 동영상 전송권은 ‘별그대’ 이전 수준인 2만 달러(약 2000만 원)에 불과했다. 윤재식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원은 “온라인 동영상에 대한 중국 정부의 사전심의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가 관건인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전반적으로 일본 시장 불안과 중국의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드라마 수출 시장의 전망은 밝지 않다”고 분석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