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男 오상식 차장을 달래주는 위스키 ‘헤이그클럽’
미생의 오상식 차장.
‘만년 과장’ 소리를 듣던 ‘원 인터내셔널’의 오상식 차장(얼마 전 승진)은 열심히 일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운’이 따라주지 않는 캐릭터다. 열심히 준비한 해외사업 아이템이 해외시장 상황 악화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급기야 주무를 다른 팀에 빼앗긴다. 되는 것 하나 없는 그가 찾은 곳은 술집. 그는 술에 취한 카메라를 향해 외친다. “당신들이 술맛을 알아”라는 그의 말은 절규에 가깝다. 쓴맛인 줄 알면서도 마시는 자신의 모습, 술밖에 의지할 데가 없는 처량한 직장인의 현실을 표현한 외침이다.
웹툰에 이어 케이블 드라마로도 제작된 ‘미생’은 지금을 살아가는 한국의 30, 40대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끌어내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오 차장이 술집에서 내뱉는 대사는 드라마의 명대사 중 하나로 꼽힌다. 술이 쓰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실 수밖에 없는 ‘먹먹한’ 현실을 잘 나타내기 때문이다.
주류 업계도 이런 변화에 맞춰 최근에는 순한 맛을 내거나 도수를 낮춘 제품들을 잇달아 내고 있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여성들을 중심으로 소주에 이어 양주도 순한 맛을 원하고 있다”며 “위스키를 마시지 않던 사람들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부드럽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헤이그클럽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곡물 위스키 증류소이자 ‘딤플’과 ‘조니워커’의 원액을 공급하는 ‘헤이그 가문’에서 개발했다. 이 제품의 특징은 부드럽고 순한 맛에 있다. 도수는 40도로 일반 양주보다 많이 순한 것은 아니지만 보리 맥아를 사용해 만드는 기존 위스키와 달리 옥수수와 호밀 등 다양한 곡물로 만들어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특히 목 넘김에 있어 양주 특유의 ‘쓴맛’을 줄여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하는 데 초점을 모았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아무것도 섞지 않고 마셔도 쓰지 않아 위스키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나 여성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디아지오코리아는 30, 40대 소비자들을 겨냥해 헤이그클럽을 주제로 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우선 다음 달 31일까지 서울 이태원과 가로수길, 경기 일산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엘본 더 테이블’에서 이 레스토랑의 총괄 주방장인 최현석 씨가 제작한 ‘헤이그클럽 스페셜 코스’를 내놓는다. 코스는 헤이그클럽으로 만든 칵테일과 이에 맞는 다양한 이탈리아 음식들로 구성됐다. 이와 함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의 남성 패션 편집 매장인 ‘디옴’을 찾은 남성들을 위해 헤이그클럽 체험 공간을 만들어 다음 달 한 달 동안 운영한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