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돈 문제도 아니고, 계약기간 문제도 아니다. 그냥 더 많이 뛸 수 있는 팀을 찾고 싶다.”
개인통산 113홀드를 기록 중인 좌완투수 권혁(31)이 정든 삼성을 떠나 시장으로 나왔다. 권혁은 FA(프리에이전트) 원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 마감일인 26일 삼성과 최종 협상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권혁은 스포츠동아와의 통화에서 “금액이나 계약기간 등 계약 조건은 큰 차이가 없었다. 나도 엄청난 큰 돈을 바란 것도 아니고, 구단도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2년 프로에 입단해 올해까지 13년간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며칠 동안 밤낮으로 수 없이 많은 고민을 했다. 왜 고민이 안 되겠나. 마지막날인 오늘까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놓은 뒤 “여기(삼성)에 있으면 그냥 올해 그랬던 것처럼 별 역할도 없이 어영부영 있다 유니폼을 벗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야구인생을 마감하는 것보다는 정말로 내가 더 많이 던질 기회가 있는 팀을 찾아나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권혁은 한때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불펜요원이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40경기 이상을 던지며 두 자릿수 홀드를 올렸다. 프로 13년간 개인통산 512경기에 등판해 37승24패, 113홀드, 11세이브, 방어율 3.24의 성적을 올렸다. 특히 113홀드는 역대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러나 최근 그는 삼성 팀 내에서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해엔 팔꿈치 통증으로 3홀드(1패)만 기록했고, 시즌 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한 뒤 재활을 거쳤다. 올 시즌엔 34.2이닝을 던져 38개의 삼진을 잡으며 11자책점으로 방어율 2.86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그에게 큰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다. 승부처에서 기용되는 일도 드물었다. 그러면서 1홀드(3승2패)만 추가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그는 1경기에 등판해 0.1이닝 동안 1타자를 처리하는 데 그쳤다.
그로선 투수왕국인 삼성에서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로 있는 것보다 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팀에서 불꽃을 태우고 싶은 욕망이 강했다. 이런 권혁의 뜻을 전해들은 삼성 구단도 본인의 뜻을 존중해 시장으로 놓아주기로 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