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호황 지방 부동산 시장, 입주물량 줄줄이 대기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 범어동에서 10년째 영업하고 있는 최병련 궁전공인중개소 대표의 설명이다. 수성구 주요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9·1 부동산 대책’ 이전에도 1년 새 1억 원가량 올랐는데 대책 이후 3000만∼4000만 원이 더 뛰었다. 최 대표는 “부르는 대로 팔려나가니 호가가 곧 시세가 된다. 대구 지역 부동산이 미쳤다”라고 말했다.
대구만 아니다. 부산, 울산, 경남 등 최근 3, 4년간 호황을 누려온 지역의 부동산시장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일각에서는 공급 과잉과 외지인의 원정투기 등 불안요인을 들어 내년 하반기(7∼12월) 이후 이런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6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12.12%였던 대구의 아파트 값 평균 상승률은 올해 들어서도 9.87%의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시 외곽의 분양시장에서 붙은 불씨가 도심의 기존 주택시장까지 옮아가는 모양새다.
산업단지와 혁신도시 조성 등으로 몇 년간 아파트 값 상승을 이끌었던 달성군과 북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성구, 남구에 상위권 자리를 내줬다. 특히 수성구는 올 들어 21일까지 14.92% 뛰며 전국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이진우 부동산114 대구·경북 전문위원은 “외지인이 들어오며 급격하게 집값이 뛰자 불안해진 지역민들이 막차 타듯 매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 26년 차인 수성구 범어동 ‘궁전맨션’ 전용 84m²는 올해 초 2억8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42.9% 오른 4억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학원가가 가까워 인기 단지인 ‘범어SK뷰’ 전용 84m²는 연초보다 약 1억2000만 원 오른 5억7000만 원을 호가한다. 김동희 행복제일부동산 소장은 “자고 나면 수성구의 역대 최고가 기록이 다시 만들어진다”며 “2004∼2006년의 호경기가 10년 만에 다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과열 양상은 부산도 마찬가지다. 10월 1938채 청약에 14만 명이 몰린 ‘장전 래미안’뿐만 아니라 업계에서 부정적으로 보던 단지에까지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한 건설사가 10월 사하구 당리동에서 분양한 K아파트는 바로 옆에 공원묘지가 있는 데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싼데도 모든 평형의 청약이 마감됐다. 실수요자인 1, 2순위에선 모든 평형이 미달이었지만 3순위에서 72.0 대 1의 최고경쟁률을 보였다.
○ “공급 과잉이 가격 조정 부메랑으로”
▼ “단기 투자수요 빠지면 시장 급격히 식을수도” ▼
지방부동산 공급과잉 우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 입주물량은 △부산 1만7504채 △세종 1만7069채 △대구 1만3294채 △경남 1만8013채 △경북 1만2531채 등이다. 올해 분양된 아파트들도 2016, 2017년에 입주가 시작된다. 물량이 많은 만큼 지방에는 벌써부터 미분양이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서울 및 수도권을 뺀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9월보다 6.0% 늘어난 2만373채다.
실제로 한때 전세금과 담보대출금이 분양가를 뛰어넘는 ‘깡통전세’조차 구하기 어려웠던 세종시는 올해 2분기(4∼6월)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세(―0.33%)로 돌아섰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지역시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대구=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