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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 이끄는 제3의 물결… 산업의 경계 허물다

입력 | 2014-11-27 03:00:00

[스포트라이트]‘스마트-커넥티드 제품’은 기업간 경쟁구도를 어떻게 바꿀까
어디서나 무선 네트워크 연결… 모니터링→제어→최적화→자율화
제품에 영혼까지 불어넣어… 기업현장서 큰폭의 혁신 촉발
무조건 많은 기능 탑재보다는… 비용대비 가치 고려해 개발을




프랑스 기업 바볼랏은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해 ‘퓨어 드라이브’라는 테니스 라켓을 개발했다. 이 라켓 손잡이에는 각종 센서와 통신 모듈이 달려 있다. 따라서 선수의 움직임과 라켓의 위치, 공이 맞는 지점 등 수많은 정보를 수집해 스마트폰 등의 기기로 전송한 다음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테니스 라켓 업체가 단순히 제품만 파는 게 아니라 라켓에서 얻어지는 정보를 토대로 선수의 기량을 향상시킬 대안까지 제시하는 것이다. 향후 경쟁의 구도를 바꾸게 될 ‘스마트·커넥티드 제품’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스마트·커넥티드 제품이란 기계나 전기 부품 등에 센서나 마이크로프로세서, 소프트웨어 등을 탑재해 여러 기능을 ‘스마트’하게 수행하면서도 통신기술을 접목해 외부 시스템과 ‘연결’되는 제품을 뜻한다. 기업들이 스마트·커넥티드 제품을 만들면 고객 가치를 크게 높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경영전략 분야의 거장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 11월호를 통해 “정보 처리 속도의 비약적인 발전과 기기의 소형화, 어디서나 연결 가능한 무선 네트워크 환경을 통해 스마트·커넥티드 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기업 간 경쟁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12월 3일 서울 광진구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4(www.dongaforum.com)’에 참석해 기조연설과 토론을 할 예정이다. 포터 교수의 최신 아이디어를 요약한다.

○ IT가 주도하는 변화 현재진행 중

기업 현장에서 IT로 인한 첫 번째 변화의 물결은 1960∼1970년대 일어났다. 주문 처리나 지불 시스템에서의 자동화는 물론이고 컴퓨터지원설계(CAD), 생산자원계획(MRP) 시스템 등이 기업 현장에 도입되면서 생산성이 극적으로 향상됐다. 두 번째 IT 혁명은 1980∼1990년대 인터넷의 부상과 함께했다. 개별 기업 활동 전반에 걸친 조직화와 통합이 일어나면서 기업의 국제화 전략과 함께 전 세계에 분산된 생산 시스템을 통합하는 일까지 가능해졌다.

IT가 주도하는 제3의 물결은 현재 진행 중이다. 과거 두 번의 변화 물결이 생산 과정을 혁신해 효율성을 높였다면, 세 번째 물결은 ‘제품’에 일어나는 변화라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예를 들어 IT 기기에 센서나 소프트웨어, 안테나 등을 장착해 한층 진화된 제품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이른바 ‘스마트·커넥티드 제품’ 시대의 도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전에 일었던 두 번의 물결에 비해 한층 더 큰 폭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 경제 발전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게 포터 교수의 주장이다.

○ 완벽하게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품

스마트·커넥티드 제품의 기능은 크게 1)모니터링 2)제어 3)최적화 4)자율화 등 네 가지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각 기능 영역은 전 단계 기능을 토대로 구현된다. 즉, 제품이 제어 기능을 갖기 위해선 반드시 모니터링 기능도 있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모니터링’은 센서와 외부 데이터를 활용해 제품의 상태나 운영 현황, 외부 환경 변화를 스스로 파악해 사용자나 그 밖의 대상에게 알려주는 기능을 뜻한다. 글로벌 헬스케어 업체 메드트로닉의 디지털 혈당기가 대표적인 예다. 환자 피부 속에 삽입된 센서로 혈당 수준을 측정하고, 이 정보를 무선으로 전달해 환자의 혈당치가 한계치에 도달하기 전에 환자와 의사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준다.

필립스조명에서 선보인 ‘휴 전구’는 스마트·커넥티드 제품의 ‘제어’ 기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는 조명 시스템으로, 전등을 켜거나 끄는 건 물론이고 누군가 침입하면 이를 감지해 붉은색으로 깜빡이거나 밤에는 천천히 어두워지도록 프로그래밍할 수도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 정보와 제품 제어 기능이 결합하면 과거엔 상상하지 못했던 ‘최적화’도 가능해진다. 현재 사용하는 데이터와 과거 데이터를 함께 분석함으로써 제품의 생산량과 활용도,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기에 설치된 마이크로컨트롤러가 터빈의 효율성을 분석하고 풍력 에너지를 최대 수준으로 얻을 수 있도록 각 날개의 움직임을 조정해 주는 스마트 풍력발전기는 이전에 구현할 수 없었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자율화는 스마트·커넥티드 제품에서 모니터링, 제어, 최적화라는 세 가지 기능이 결합된 궁극의 단계라 할 수 있다. 가장 간단한 예로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방의 구조를 알아서 인식해 바닥을 청소해 주는 아이로봇의 로봇청소기 ‘룸바’를 꼽을 수 있다. 자율화 기능이 좀 더 고도화하면 자체적으로 수리 필요성을 점검하며 사용자가 선호하는 방식에 맞춰 운영방식을 바꾸는 제품도 나올 수 있다.

○ 가급적 많은 기능 탑재 유혹 이겨내야


스마트·커넥티드 제품의 영향력이 커지면 기업들은 가급적 많은 기능을 제품에 담으려는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더 많은 기능을 탑재할수록 그만큼 비용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새로운 기능을 많이 넣는다고 해서 언제나 그 비용을 충당하고 남을 만큼 고객에게 제공되는 가치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현명한 기업이라면, 무조건 여러 가지 기능을 탑재하려고 하기보다는 어떤 기능이 어떤 고객에게 비용을 뛰어넘는 진정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즉, 어떤 기능을 제공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에는 반드시 ‘비용 대비 가치’ 공식을 검토해야 한다.

주택용 온수기 시장의 강자인 A.O.스미스를 살펴보자. 이 회사는 온수기 고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장애가 감지됐을 때 사용자에게 즉시 통보해주는 기능을 개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시원찮은 반응 탓에 결국 일부 모델에만, 그것도 필수 사항이 아닌 선택 사항으로 이 기능을 탑재했다. 대개 주택용 온수기는 수명이 길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별 필요도 없을 것 같은 기능을 탑재하는 데 돈을 더 들일 가구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시스템을 상업용 시장에 적용했다면 어땠을까. 일반 소비자와 달리 상업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자 입장에선 난방이나 온수에 문제가 생기면 영업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따라서 원격 모니터링 및 조작 기능은 상업시설을 운영하는 고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현재 미국에선 상업용 온수기나 보일러 시장에선 이 기능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용 대비 가치가 어떤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이방실 기자 smile@do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