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배심은 소배심보다 중요해서 대배심이 아니다.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소배심과는 달리 과반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배심원 숫자가 소배심보다 많아 대배심이다. 브라운 사건의 대배심은 백인 9명, 흑인 3명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흑백 구성만 보면 인종적 편견이 작용할 여지가 있었다고 의심할 수 있지만 배심 자체는 선거인 명부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것이어서 공정하지 않다고 말하기 어렵다. 검사 혼자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면 더 심각한 폭동이 일어났을 수 있다. 그나마 대배심 결정이라 이만한 정도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대배심은 없지만 검찰은 기소 여부 결정에 논란이 예상될 경우 대배심처럼 구성된 시민위원회에 의견을 묻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여고생한테 들키는 바람에 붙잡힌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에 대해 최근 검찰이 시민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치료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기소유예했다. 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라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시민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한 덕분에 비판의 강도가 덜하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