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예산정국/국회의장 24시] 예결특위 면담-여야지도부 통화 “무슨일 있어도 법정시한은 지킨다” 예산안 처리 열쇠 쥔 정의화의장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이 27일 국회 의장실에서 홍문표 예결위원장 및 여야 예결위 간사와 회동을 갖고 예산안 처리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의 이학재 간사, 홍문표 예결위원장, 정 의장,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간사.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그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져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 뒤 집무실로 향했다.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 파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이 27일 외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국회 본청을 떠나고 있다. 정 의장 얼굴이 몹시 굳어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후 정 의장은 오전 9시 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홍문표 위원장과 새누리당 이학재, 새정치연합 이춘석 간사를 면담했다. 정 의장은 이달 말까지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예산안과 부수법안 모두 정부안대로 통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강조했다.
야당 간사인 이 의원이 “정부와 여당의 대폭적인 양보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하자, 정 의장은 “50 대 50으로 하려고 했는데 그럼 51 대 49로 이쪽(야당) 편을 좀 더 들겠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후 정 의장은 국회 방호원들과 국회 사랑재에서 점심을 함께하고, 오후엔 각종 행사 축사를 위해 외부 일정을 소화했다. 동시에 여야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수시로 변동 상황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담뱃세 인상이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이미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정 의장이 담뱃세 인상 관련 법안을 ‘직권상정’한 것과 같은 셈이다. 국회선진화법 개정 당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사실상 삭제했지만 유일하게 남겨놓은 게 바로 ‘세입예산 부수법안은 국회의장이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야당이 담뱃세 인상을 위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부터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이날 합의에 이른 것도 정 의장이 담뱃세 관련 법안을 사실상 직권상정해 12월 2일 자동 처리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9월 약속 파기는 12월 예산안 처리 위한 사전정지작업?
앞서 정 의장은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싸고 꽉 막힌 정국에서 “여야 합의가 없으면 예정대로 의사일정을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작 9월 26일 개최된 본회의에서 여당이 단독으로 민생법안을 처리하려고 했을 당시 단 한 건의 안건 처리도 없이 9분 만에 산회해 여당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새누리당이 단독 예산 수정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공개적으로 내비치면서 정 의장이 여야 합의 정신을 내세우며 예산안 처리마저 미룰 경우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고려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