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교회’ 씨앗교회 이규원 목사 - 너머서교회 이헌주 목사
‘작고 건강한 교회’ 뜻 모아 12월 7일부터 한 건물서 동거하기로
예배실 옆은 도서관으로 개방… 건물 한쪽엔 아담한 카페도 운영
《 25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로에 있는 카페 ‘씨앗 스토리’. 서너 명이 13.22m²(4평)쯤 되는 공간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그 옆으로 조금 분리된 공간에 오누이처럼 보이는 두 학생이 책을 보며 공부하고 있다. 다시 옆문을 여니 악기와 카페처럼 아기자기하게 의자를 놓은 66.11m² 정도의 공간이 나온다. 어떤 곳일까? 교회다. 》
한 지붕 두 교회라는 건강한 실험에 나선 이헌주 목사(왼쪽)와 이규원 목사가 씨앗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 앞에서 차 한 잔을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들은 크고 신자가 많은 교회가 아니라 건강한 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날 만난 ‘한 지붕 두 교회’의 주인공이 된 씨앗교회 이규원 목사(43)와 너머서교회 이헌주 목사(41)는 얼핏 보면 카페 손님처럼 보였다. 개신교계에서 매우 드문 사례이기에 준비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교회 창립 이후 교회 건물이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씨앗교회와 우리가 추구하는 교회상이 기본적으로 같기 때문에 신자들 내에서 문제가 없습니다.”(이헌주)
이들은 건강한 교회를 지향하는 ‘교회 2.0목회자 운동’이라는 모임에서 만났다. 이 모임은 교회 건축과 신도 수 등 외형적 성장보다는 초기 교회처럼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교회를 만들자는 운동을 벌여 왔다.
어쨌든 공간 임대료 문제를 물었다. 너머서 목사가 “교회 여건이 허락하는 선에서”라고 답하자 씨앗 목사는 “주시는 대로”라며 웃었다.
이헌주 목사가 선물 받아 명함에 넣은 ‘한 우산 두 교회’의 이미지. 이헌주 목사 제공
“그동안 한국 교회가 교회당으로 불리는 건물의 유지와 확장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와 비용을 지불해 왔죠. 교회의 본질은 신앙이죠.”(이헌주)
“우리의 모습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것입니다. 초기 교회의 신앙생활은 특정 건물이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이뤄졌습니다. 로마와 중세를 거치면서 초기 교회의 ‘건강한 가변성’이 깨져 사람들이 신앙 활동을 교회당 위주로 생각하게 됐죠.”(이규원)
이들은 갈수록 몸집을 부풀리고 있는 한국 교회와 목회자의 세속화를 둘러싼 비판들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목회자뿐 아니라 신자들 역시 사회 전반의 물질주의적 풍토에 영향을 받고 있어요. 무엇보다 겉으로 과시하는 신앙 행위가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 소박하게 성경 말씀을 잘 구현하는 게 필요합니다.”(이헌주)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