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불황의 지상파 드라마]<하> 위기탈출 변화의 몸부림 알면서도 못하는 속사정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도 수익을 담보할 수 없다. 2008년 방영된 ‘태왕사신기’는 30%가 넘는 시청률로 4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제작사는 높은 출연료 등으로 100억 원대의 손해를 봤다. 동아일보DB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제작비의 경우 천정부지로 뛰는 배우 출연료와 작가 원고료의 상한선을 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2007년 드라마 제작사들이 출연료 상한선을 회당 1500만 원으로 정한 적이 있지만 방송사 간 경쟁으로 금세 무너졌다. 미국의 경우 출연료를 매출의 일정 비율로 정해 러닝개런티 식으로 지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확한 수익이나 제작비 내용조차 공개되지 않는 국내 드라마 업계의 비밀주의로는 이 방식을 활용할 수 없다. 한 방송 관계자는 “출연료, 작가료, 매출과 순수익 등을 공개하면 문제가 해결되지만 방송사와 제작사 모두 제작비 공개를 꺼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 남발되는 간접광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현재 간접광고의 내용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간접광고가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물리적 비중(상품의 크기와 방송 분량 등)은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중앙전파관리소가 심의하는 등 규제 기관조차 통일되지 않아 혼선을 부추긴다. 협찬과 간접광고의 구분이 모호해 둘을 묶어 판매하는 ‘꼼수’가 가능한 것도 문제다. 한 드라마 제작사 프로듀서는 “간접광고 심의 기준이 협찬과 뒤섞여 적용되다 보니 심의 결과가 그때그때 다른 경우가 많아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노동렬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 드라마 업계는 2000년대 초반에는 정보기술(IT)업계의 투자, 그 후로는 일본 한류, 이제는 중국 자본에 기대고 있다. 한 마디로 거품에 기반을 둔 시장”이라며 “이제는 좋은 콘텐츠로 돈을 벌어 내실을 다질 때”라고 지적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