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라는 큰 우산 밑에 있다가 하루아침에 한화로 소속이 바뀌는 삼성테크윈 등의 7500명 임직원의 박탈감이 심하다. 그룹 서열 재계 1위에서 9위로 떨어진다니 직원들이 웅성거릴 만도 하다. 삼성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은 신입사원들로선 날벼락일 수도 있겠다. 매각 조건에 이들이 한화를 그만두면 앞으로 3년 동안 삼성에 재취업할 수 없도록 못 박았다니 졸지에 친정과 연을 끊고 출가외인(出嫁外人)이 돼버린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경영 모토가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였다. 빽이나 연줄이 없어도, 지방대 출신도 열심히 하면 임원이 될 수 있는 삼성은 ‘성과에 보상 있다’는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다. 모두 최고의 엘리트를 자부하는 만큼 사내 경쟁도 치열하지만 협동심은 약하다. 한화그룹의 사훈은 ‘도헌정’이다. 도전·헌신·정도(正道)를 줄인 말이다. 신의를 중시하는 김승연 회장은 계열사 사장들에게 “배신하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되뇐다고 한다. 그래서 한화맨은 ‘의리맨’의 기질이 있다. 1952년 한국화약 설립 후 계열사 대부분을 인수합병(M&A)으로 키운 기업문화도 삼성과 뚜렷이 대비된다. 재계에선 김 회장을 M&A의 대가(大家)로 부를 정도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