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중국의 부상/제프리 베이더 지음·황성돈 옮김/252쪽·1만5000원/아산정책연구원
2012년 3월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오른쪽)과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이 인사를 나눈 뒤 돌아서고 있다. 이 책에는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고민과 대응이 담겼다. 동아일보DB
재밌는 건 이 책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외교업무를 맡았던 찰스 프리처드 대북협상 특사의 2007년 회고록 ‘실패한 외교(failed diplomacy·사계절)’와 비교된다는 점이다. 프리처드는 자신과 함께 일했던 부시 대통령을 외교정책에서 선악의 이분법에 갇혀 편견을 가진 지도자로 묘사하고 있다. 반면 제프리 베이더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정치인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두 책이 한 지점에서 만나는 대목이 있다. 네오콘 때문에 빚어진 대북정책의 혼란이다. 베이더는 전 정권인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네오콘의 득세로 행정부 내에서 대북정책을 놓고 극단적인 갈등이 있었고 실제로 오락가락 혼선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한국에 대한 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 못했다. 체니 부통령과 국무부 사이의 갈등은 한국에 대한 2개의 정책노선이 경쟁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썼다.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힘을 기르다)에서 벗어나 굴기에 나선 중국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이 책의 큰 줄기를 차지한다. 오바마 정부는 부상하는 중국을 과거 소련처럼 적대하지 않고 협력관계로 유도하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와 달라이 라마의 만남,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허용과 같은 이슈에서 미국과 중국의 핵심 이익이 맞설 수밖에 없다. 특히 달라이 라마와의 회담은 인권 외교라는 대명률을 둘러싸고 오바마가 국내 정치권의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저자는 결론에서 사실상 미국의 국익이 그 어떤 전략적 결정보다 상위개념이라는 점을 시인한다. ‘의사 결정에 전략적인 관점이 필요한 경우에는 완전하고 구체적인 전략상의 계획보다는 철저하게 미국의 이익에 바탕을 두고 계획을 짠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는 한국으로선 과연 어떤 전략을 짜야 할 것인지에 대한 시사점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