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흡 산업부 차장
다카라토미는 단순히 기차 세트만 팔지 않는다. 기존 세트에 들어가 있는 원형이나 교차형 레일에 붙여 입체형 등 다른 형태의 철로를 만들 수 있도록 레일을 별도로 판매한다. 기차도 고속철도용, 산악용, 도심통근용 등 다양한 모델을 따로 판다. 별도 판매 품목으로는 터널이나 철교, 역사(驛舍), 벤치 등 액세서리도 있다.
일단 토미 기차 세트를 산 어린이들은 싫증이 나면 레일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유형의 기차를 사는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별도 품목을 사서 다양한 형태의 철도 환경을 꾸미기 위해서다. 3개월 정도 기차 세트를 갖고 놀던 아들도 장난감 가게에 갈 때마다 확장용 레일이나 새 기차 모델을 사 달라고 조른다. 20여 년 전 토미 기차를 가졌던 조카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은 저가 제품이 공세를 펼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고객 충성도가 높아 이탈하는 고객이 많지 않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고전하는 것과 달리 독자 생태계(iOS와 애플 앱 스토어)를 가진 애플이 선전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로는 세계 최고 기업이다. 반면 생태계 조성 측면에서 보면 별로 내세울 게 없다.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하드웨어만으로도 막대한 돈을 벌 수 있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탓이다. 그동안 절박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올해 2분기(4∼6월)이후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하드웨어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임직원이 적지 않다. 자칫 한때 하드웨어 거인이었다가 사라진 노키아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생태계 조성에 대한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다. 이제는 절박함이 생겼다는 얘기다. 다른 기업 인수에 소극적이었던 삼성전자가 최근 들어 외국 소프트웨어 회사를 잇달아 인수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주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 인사가 예정돼 있다. 인사와 맞물려 삼성전자 조직 개편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태계 조성을 위해 새로운 경영진과 조직이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궁금하다. 현재 삼성전자는 ‘애플 웨이’와 ‘노키아 웨이’로 나뉘는 분기점에 서 있다.